지난 16일 오전 9시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홈플러스 신선물류센터에 30여명의 작업자가 모였다. 겨울에나 입을 만한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이들은 차가운 냉기가 감도는 영상 1도 작업장 한쪽에서 미국산 꽃갈비 세트 택배 작업에 돌입했다. 아이스팩을 넣고 택배 운송장을 붙이는 등 평소라면 각 점포에서 진행했을 일이지만, 명절 특수 시즌을 맞아 이날부터 열흘간은 물류센터에서 직접 고객 배송까지 진행한다. 최기범 신선물류센터 부센터장은 “명절 때만 한시적으로 중앙 택배를 운영한다”며 “열흘간 4만박스 정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주한 모습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상온물류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축구장 9개 크기의 물류센터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 분류기에는 상온 포장 제품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쉴 새 없이 실어 나가고 있었다. 전국 홈플러스 점포 물량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안성 물류센터(상온+신선)의 평소 처리 물량은 하루 24만 박스 수준이지만 이날 처리 물량은 30만박스를 웃돌았다. 이종민 상온물류센터 차장은 “명절 2주 전인 지금부터가 피크 타임”이라며 “추석 대목 소매판매가 본격화되는 다음 주부터는 최대 가동률인 35만 박스까지 치솟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는 비대면 추석의 영향으로 유통가 물류센터가 더욱 분주한 상황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홈플러스 안성 물류센터는 추석이 열흘도 더 남은 시점이었지만, 이미 취급 물량이 평소 대비 27%나 늘어난 상태였다. 작년 추석과 비교해도 7%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귀성을 포기한 소비자들이 선물 구매를 늘린 탓이다. 실제 홈플러스의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8월6일~9월13일) 매출은 지난해보다 16% 증가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선물세트 사전 예약 매출이 각각 40%, 26% 증가하며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세트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날 홈플러스 상온물류센터에도 배송을 대기 중인 홍삼 세트가 점포별로 수십 박스씩 쌓여 있었다. 이 차장은 “일부 홍삼 제품은 물량이 적어 납품업체에서 매장으로 바로 납품해왔는데 올해는 물량 확보를 위해 물류센터에 비축한 후 배송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홈플러스 사전예약 매출을 보면 건강 세트 관련 매출은 작년보다 60% 급증했다.
신선식품 역시 건강 관련 수요 증가에 따라 완도 전복이나 제주 옥돔 등 기타 선어의 매출이 61%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김영란법의 한시적 완화에 따라 10만원 이상 고가 상품이 대거 포진된 한우와 굴비 매출 신장률이 각각 7%, 21% 신장하며 두드러졌다.
선물 수요가 급증 한만큼 유통가는 원활한 배송을 위해 인력과 차량을 늘리며 집중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미 물류센터의 인력을 평소 270여명에서 340명으로 늘렸다. 또 차량도 270여대에서 340여대로 증편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배송에 앞서 방역 작업도 철저하게 해야하는 만큼 마트와 백화점도 배송 인력 및 방역 인원을 늘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선물세트 판매가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물량 확대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물류센터는 물론 각 점포에서도 차질없는 배송을 위해 인력을 보강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안성=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