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모르는 지적장애인의 로또 1등 당첨금을 가로챈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부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6년경 A(65)씨 부부는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적장애인 B씨가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들은 B씨에게 “충남에 있는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줄 테니 같이 살자”며 8억8,000만원을 송금받았다.
이후 1억원 가량을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등 임의로 사용했고, 남은 돈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올렸으나 등기는 A씨 명의로 했다.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B씨는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는 A씨 부부를 고소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A씨 등을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 피고인들과 피해자 측 사이에 합의가 있었느냐’와 ‘피해자가 거금을 다룰 만한 판단력이 있느냐’를 쟁점으로 다뤘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1부(김병식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토지와 건물은 피해자 소유로 하되, 등기만 피고인 앞으로 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피해자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징역 3년과 3년 6월 실형을 선고했다. ‘고액의 재산상 거래 능력에 관한 피해자의 정신기능에 장애가 있다’는 점이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음식을 사 먹는 행위와 거액을 들여 부동산을 장만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경제활동”이라며 “피해자는 숫자를 읽는 데도 어려움을 느껴 예금 인출조차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소유와 등기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를 상대로 마치 피해자 소유로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지을 것처럼 행세해 속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신장애가 있는지 몰랐다’는 피고인 주장은 “10년 이상 알고 지낸 피해자에 대해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