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똘똘한 한 채? 똑똑한 한 점! 그림으로 재테크 해볼까

경제위축에 유동성 과잉으로 미술 투자에 관심 고조

10년주기 미술시장서 지금이 저가 매수기회로 여겨져

단색화 인기에 정상화, 박서보 작품가 연 49% 급등도

천경자 화백의 ‘초원Ⅱ’는 105x130㎝의 대작으로 지난 2007년 12억원에 거래된 것이 2009년에 다시 나와 12억원에 ‘손바뀜’된 후 2018년 20억원에 재판매됐다. /서울경제DB천경자 화백의 ‘초원Ⅱ’는 105x130㎝의 대작으로 지난 2007년 12억원에 거래된 것이 2009년에 다시 나와 12억원에 ‘손바뀜’된 후 2018년 20억원에 재판매됐다. /서울경제DB



#천경자(1924~2015) 화백은 일찍이 해외여행을 다닌 후 여행에서의 이국적 향취를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담은 ‘풍물화’를 개척해 여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 대표작 중 하나인 105×130㎝의 대작 ‘초원Ⅱ’는 한국 미술시장이 최고 호황을 누리던 지난 2007년 경매에서 12억원에 팔렸다. 2년 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 불황의 골이 깊던 와중에 같은 그림이 경매에 다시 나왔다. 작품은 낮은 추정가인 12억 원에 손바뀜을 겪었다. 이후 경기 회복과 함께 몸값을 올린 ‘초원Ⅱ’는 2018년 9월 20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9년 만에 8억 원이 올랐고 작가의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 미술경매시장 변동 그래프. (자료=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한국 미술경매시장 변동 그래프. (자료=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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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술품 가격지수인 ‘메이-모제스 지수’ 등을 살펴보면 미술시장은 대략 10년을 주기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2006~2007년 고점을 찍고 금융위기로 바닥을 친 후 2016년에 다시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이내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지금은 ‘암중모색’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의 경제전문 매체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지난 연말부터 ‘미술품 매수 기회’임을 자주 언급했다. 희소한 수작이 저가에 시장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위기를 겪고 있는 미술관과 기업 등이 경매를 통해 소장품 급매에 나서고 있고, 이는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2일 서울옥션과 24일 케이옥션의 굵직한 경매를 앞두고 열린 프리뷰 전시장에서는 기존 고객들뿐만 아니라 3040 신규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강남의 ‘똘똘한 한 채’ 못지않게 가치 있는 ‘똑똑한 한 점’의 그림을 찾기 위해서다. 전시장을 찾은 고객들은 미술품 애호가인 동시에 ‘가격 상승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는 투자자들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커지면서 많은 돈이 증시로 향하고 있지만, 미술 시장을 향해 투자 관심도 제법 커진 것이다.

김환기 화백의 ‘15-XII-72 #305’는 지난 2000년 3억9,000만원에 낙찰된 후 시장 호황이던 2016년에 다시 경매에 나와 약 22억원에 낙찰됐다. /서울경제DB김환기 화백의 ‘15-XII-72 #305’는 지난 2000년 3억9,000만원에 낙찰된 후 시장 호황이던 2016년에 다시 경매에 나와 약 22억원에 낙찰됐다. /서울경제DB


부동산 시장의 ‘똘똘한 한 채’를 지역이 좌우한다면 미술 시장의 ‘똑똑한 한 점’은 작가의 명성에 달려 있다. 서울경제가 국내 미술경매 거래를 집계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의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5년간 거래 총액이 많은 상위 작가 10명을 추출한 결과, 1위는 단연 김환기였다. 지난해 11월 외국 회사인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원에 팔린 일명 ‘우주’를 제외하고도 5년 낙찰 총액이 1,266억 원에 달했다. 같은 강남지역 아파트라도 주상복합에 대한 선호도, 교육 여건에 대한 우선순위가 다르듯 같은 김환기 작품에 대한 취향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전까지 김환기의 작품은 후기작인 ‘완전 추상’의 점화(點畵) 못지않게 초·중기 ‘반(半)추상’의 서정적인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2014년 이후로는 단색조 회화의 붐이 일면서 점화의 가치가 치솟았다. 지난 2000년 3억9,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126.5×176.5㎝ 크기 푸른색 점화 ‘15-Xll 72#305’는 2016년 경매에서 약 22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최고가 기록이 더 높은 이중섭(이하 최고 작품가 ‘소’ 47억원)과 박수근(‘빨래터’ 45억2,000만원)을 제치고 이우환(‘선으로부터’ 약 24억원)이 김환기에 이은 2위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낙찰총액 3위의 박서보(‘묘법 No.1-81’ 11억원)와 4위 정상화(‘무제 05-3-25’ 11억3,000만원), 7위의 김창열(‘물방울’ 5억 1,300만원)과 9위 윤형근(‘엄버-블루’ 4억7,250만원) 등도 추상미술로 변화한 트렌드의 변화를 보여준다. 대부분 생존화가인 이들의 작품 수가 많은 것도 시장을 탄탄하게 다지게 된 요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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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단색화’로 묶이는 박서보·정상화·윤형근 등은 1970~80년대의 작업을 평생 지속해왔으나 저평가되다 2010년대 이후 재조명받으며 가격이 급등한 경우라 ‘강남 아파트 재건축’에 비유되기도 한다. 신정원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동일 작품이 경매에 다시 나와 거래되는 리피티드 세일(repeated sale)을 집계한 결과 정상화와 박서보 작품은 지난 수 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45~50% 정도로 가장 높게 나타나 최근 수요 경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치솟을 대로 치솟은 이들의 뒤를 이을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엿보인다. 지난 5년간 경매 데이터의 추정가 대비 낙찰가, 거래량과 빈도 등을 분석한 결과 구상회화로 분류되는 김종학·손상기·강요배·민정기 등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업적에 비해 저평가 된 근대작가 유영국·장욱진·도상봉·권옥연·최욱경 등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파악됐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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