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홍영 검사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유족 측이 신청한 데 대해 검찰이 반대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수사심의위 소집에 반대할 경우 자칫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특별히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내지 않고 위원회 결정에 따르겠다”며 “부의 여부와 상관없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김 검사 유족 측은 24일 열리는 수사심의위 부의심의위원회에 제출할 의견서를 미리 공개했다. 부의심의위는 신청인과 피신청인인 검찰 수사팀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부의할지 결정한다.
고 김 검사는 2016년 5월19일 상급자였던 당시 김대현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의 상습적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대검찰청 감찰이 진행돼 김 전 부장검사는 해임처분됐다. 하지만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해 11월 대한변호사협회의 고발이 있었다.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고 피의자 조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이렇게 오래 처리할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임 결정 판결 등 여러 조사자료가 충분한데 이렇게 미적거리는 이유가 뭔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소집에 반대 의견을 내지 않기로 한 결정은 유족 측의 ‘검찰 제 식구 감싸기’ 비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은 동시에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 없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지만 그러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과거 사례와도 다르다. 올해 검찰은 삼성그룹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 사건과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에 대해 피의자 측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것에 반대 의견을 내왔다.
김 검사 사건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직접 언급한 바도 있어 검찰이 수사심의위 소집에 반대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추 장관은 “새내기 검사 김홍영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온 조직문화를 바꿔나갈 계기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부장검사가 이미 검찰 조직을 떠나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이번 계기로 검찰이 수사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개혁의 상징 중 하나가 된 사건이라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