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탈북민이 강원도 전방 군부대에 침입했다가 붙잡힌 사건이 발생하면서 구체적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탈북민은 평소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넘어가겠다”며 얼마 전 여권까지 발급받은 만큼 군사분계선을 넘는 월북 경로를 택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탈북 책임을 감형받기 위해 월북 전 군부대시설에서 주요 정보를 빼돌리려 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7일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사격장에 침입했다가 발각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탈북민 방모(35)씨가 최근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씨는 평소 주변에 “중국 하얼빈을 통해 월북하겠다”고
해온 만큼 제3국을 경유한 월북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제3국을 거쳐 월북하겠다던 방씨가 전방 군부대 전차대대 사격장을 무단침입했다 발각되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먼저 군은 검거 장소 등을 미뤄볼 때 강원도의 최전방지역을 월북 경로로 활용하려 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씨가 붙잡힌 곳은 철책에서 14㎞ 떨어진 강원도 전방의 한 훈련장”이라며 “이동거리와 군 경계태세를 고려했을 때 월북 경로로 이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탈북민인 방씨가 다시 북으로 되돌아갈 경우 일종의 면죄부를 받기 위해 군부대에 잠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군부대 내 주요 시설을 촬영해 북으로 가져가 과거 탈북 사실 일부를 면책받으려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검거될 당시 방씨는 휴대폰 4대와 절단기·캠코더 등을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정확한 이유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도 “북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의 주요 정보가 있으면 이를 위해 탈북했다고 변명할 수 있어 탈북 책임 일부가 정상참작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씨는 2018년 탈북 전 철원 지역에서 북한군으로 복무해온 만큼 군 관련 지식도 해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체포 당시 방씨가 갖고 있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방씨는 생계곤란과 가정불화 등을 겪다가 월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가정불화를 겪다 이혼한 방씨는 탈북 전 북한에 남겨둔 가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