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1주일간 테슬라를 총 4,336만달러(약 508억원)를 순매도했다. 이번 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순매수액이 6억410만달러(약 7,086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2일(현지시간) ‘테슬라 배터리데이’를 전후로 매도세가 두드러졌다는 해석이다. 테슬라는 22일 나스닥시장에서 5.6% 내린 데 이어 23일에는 10.34% 폭락하면서 이틀 사이에 주가가 449.39달러에서 380.36달러로 주저앉았다. 기대를 모았던 ‘배터리데이’가 투자자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것은 ‘백만 마일’ 배터리”라며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주로 언급된 내용은 ‘배터리 가격을 빠르게 낮춰 싼 차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라 기존에 알려진 배터리 회사와의 원가 절감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아 테슬라의 경제적 해자가 확
인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화그룹과 SK텔레콤이 투자하며 각각 주목을 받았던 니콜라와 나녹스는 ‘기술 사기 거래 의혹’으로 주가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주식은 23일 각각 25.82%, 2.66% 하락했다. 니콜라의 경우 자체 개발한 수소 트럭이, 나녹스는 차세대 영상촬영기기(ARC)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니콜라와 나녹스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은 오히려 최근 순매수세에 나서는 등 혼란스런 수급을 보이고 있다. 가령 23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니콜라에 대해 총 11만달러(약 1억3,600만원), 나녹스에 대해 406만달러(약 47억원)를 순매수했다. 기술주의 변동성에 베팅하려는 수요와 ‘손절’하려는 수요가 동시에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니콜라·나녹스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높은 종목들이다. 최근 미국에서 기술주 랠리가 이어지면서 특히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테슬라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약 4조7,000억원 들어가 있다. 니콜라에 들어간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도 총 1,480억원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두 종목에서만 하루 새 5,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기술주에 대해 꾸준히 베팅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에 투자하고 있는 문모씨는 “테슬라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꾸준히 매수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직장인 송모씨 역시 “3월에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주저하다가 기술주를 매입할 기회를 놓쳐서 매우 아쉬웠다”며 “시장이 복원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