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에 준하는 뛰어난 스펙에도 가격은 100만원 이하로 낮춰 ‘가성비’를 강조한 다운사이징 스마트폰이 새로운 전략폰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고가의 핵심 전략 모델들이 고전하자 보급형인 준플래그십 모델에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24일 온라인 전문매체와 커뮤니티에서 전날 삼성전자(005930)가 전날 공개한 ‘갤럭시S20 FE’(팬 에디션)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플래그십의 핵심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가격거품을 낮췄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IT 전문매체 샘모바일은 “플래그십과 비슷한 사양에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며 “‘플래그십 킬러’로 불리는 중국의 원플러스가 미국에서 확보한 입지를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폰 아레나 역시 “고객들이 선호하는 사양을 갖춘데다 접근하기 쉬운 가격으로 출시됐다”고 평가했다.
갤럭시 S20 FE는 기존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20’과 같은 중앙처리장치(CPU)를 공유하면서도 화면 크기와 배터리 용량은 더 크다. 특히 ‘셀피’ 수요를 겨냥해 전면 카메라는 갤럭시 S20 보다 한 단계 위인 3,2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했다. 뒷면 마감 재료와 메모리 용량이 조금 부족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쓰기에는 무리가 없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모델임에도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플래그십 모델처럼 ‘언팩 행사’를 23일 단독으로 열었고, 공개행사 내내 플래그십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보급형 모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했다. 여기에 과거의 보급형 모델에 붙던 ‘라이트’나 ‘A’시리즈 등 다른 알파벳 대신 삼성전자의 프리미엄폰에만 붙는 ‘S’를 붙여 차별화를 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프리미엄급 스팩을 갖춘 S20 FE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플래그십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스마트폰”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코로나19 사태 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고가의 고사양 플래그십 모델 판매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가성비를 앞세운 모델들과 200만원을 훌쩍 넘는 초고가 폼팩터 스마트폰으로 양극화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래그십 모델의 출고가가 워낙 높게 형성돼 출시 후 할인을 해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며 “높은 가격이라는 진입 장벽을 낮춰 소비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델들에 힘을 싣는 전략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따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LG전자(066570)와 애플 등도 준플레그십 스마트폰 전략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LG전자가 올 상반기 출시한 ‘LG벨벳’은 ‘매스 프리미엄폰’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준플레그십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했다. 기존 플래그십 모델의 성능은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가격은 89만원대로 낮췄다. LG전자는 일부 성능은 벨벳보다 우수한데도 가격은 벨벳의 절반 수준인 49만원대의 ‘Q92’를 출시해 라인업을 다양화하기도 했다.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준플레그십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대화면과 후면 쿼드 카메라, 대용량 배터리 등을 갖춘 실속형 스마트폰 3종(K62, K52, K42)을 출시하고 다음달 유럽을 시작으로 중남미, 중앙아시아, 아시아 등에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K62 등은 실속형 가격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역시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의 성공에 힘입어 다음달 공개 예정인 ‘아이폰 12’시리즈에도 크기와 사양을 달리해 100만원대 미만의 합리적인 가격의 신형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노현섭·김성태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