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신세계(004170)그룹 회장이 약 4,9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증여세 납부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장이 지분 증여를 결정한 지난 28일 종가 기준으로 증여세 예상 규모는 약 3,000억원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물 납부할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 가능성이 높아 현금 납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마트(139480) 지분 8.22%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했다. 이번 증여로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0.33%에서 18.55%로,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0.34%에서 18.56%로 높아지면서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증여 규모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약 4,9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이마트가 3,244억원, 신세계가 1,688억원으로 총 4,932억원이다. 증여세율 50%에 대기업 최대주주 할증 20%까지 가정할 경우 납부할 증여세는 정용진 부회장이 1,946억원, 정유경 총괄사장이 1,013억원 수준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증여세 재원 마련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방식은 현물보다는 현금 납입 가능성을 점쳤다. 현물로 납부할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떨어져 지배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 모두 최대주주 지분율이 28.6%인데 증여세를 전액 주식으로 현물 납입할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24.4%까지 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2014년에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통해 600억원 내외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고 지난 10년간 이마트·신세계 합산 배당금 총 428억원을 수취해 기보유한 현금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정유경 총괄사장도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지분을 매각해 930억원 내외의 현금을 확보했다. 아울러 신세계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45.8% 보유하고 있어 추가 매각 시에도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합법적인 납세 절차를 통해 증여함으로써 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업 투명성이 부각될 수 있다”며 “상속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증여 시점에 대해서는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주가 수준임을 인식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현재 이마트 주가는 2018년 2월 고점 대비 56% 하락하고, 신세계 주가도 2018년 5월 주가 대비 56% 하락한 상황이다.
박 연구원은 “향후 이마트와 신세계 주가가 하락할 확률보다는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대주주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증여세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주가 수준에서 증여를 결정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