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국가의 존재의미를 되새기고 반성하는 계기 돼야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불태운 사건을 지켜보면서 국가와 정부의 존재의미를 묻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채 오히려 북측을 감싸고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면서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총살 책임을 묻기는커녕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는 태도를 보이니 국민 생명보다 정권 보위를 앞세운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해양경찰청은 29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공무원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근거 없이 피살 공무원의 월북 시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북한의 만행이라는 본질을 호도한 셈이다. 청와대가 북한 해안에서 실종 공무원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6시간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 아까운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의 존재이유는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죽고 사는 문제인 안보를 튼튼히 다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절실한 과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규제 3법’과 집단소송제 등 기업을 옥죄고 민간 활력을 죽이는 반(反)시장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금 살포로 표만 얻으면 된다는 포퓰리즘 정치는 땜질 복지와 가짜 일자리를 쏟아내고 사회 양극화를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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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공정·정의·평등·평화를 외쳤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추석을 앞두고 검찰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사건 관련자 전원에게 면죄부를 줬다. 추 장관이 아들 휴가와 관련해 보좌관에게 지원 장교의 휴대폰 번호까지 건네고 카톡 보고를 받은 것이 드러났는데도 청탁은 없었다고 한다. 추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아들 휴가와 관련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답변했기 때문에 추 장관이 위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 목숨이 위협받고 정의와 상식마저 뿌리째 흔들리면서 “이게 나라냐”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현 정부가 독주·강압 정치를 밀어붙이는 것은 야당의 견제 기능이 무력화된 탓도 클 것이다. 이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법치주의 등 헌법가치를 근본으로 삼아 국민 생명을 보호하면서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국가의 정체성을 지켜야 할 때다. 추석 연휴를 맞아 청와대·정부 관계자와 여야 정치권이 통렬한 반성을 통해 공동체의 기본 상식을 되살리고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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