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이 펀드, OO원까지 손실 날 수 있습니다” 가입때 은행이 알려준다

은행권 비예금상품 모범규준 제정




내년부터 펀드·신탁·장외파생상품·변액보험 등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을 은행에서 가입하면 위험성을 명시한 설명서를 추가로 받고 최대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예상액을 미리 안내 받게 된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살 때처럼 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하는 ‘해피콜’도 받는다. 고난도 금융상품처럼 비대면으로 설명이 어려운 상품에 대해서는 은행이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8일 18개 은행장이 참여하는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각 은행은 올해 말까지 모범규준을 자체 내규에 반영해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모범규준은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이 주도해 은행권 공동으로 마련됐다.


예금·대출 외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금융상품이 적용 대상이다. 단 변액보험을 제외한 보험과 국공채·머니마켓펀드(MMF)·환매채(RP) 등 각종 채권, 채권으로 운용되는 신탁·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 등 원금손실이나 불완전판매 위험이 현저하게 낮은 상품은 제외다.

◇상품 판매, 임원급 협의체가 심의하고 이사회에 보고= 대상 상품은 임원급 협의체인 ‘비예금 상품위원회’에서 기획·선정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의 모든 과정을 심의받아야 한다. 상품 투자전략과 상품구조, 손실 위험성, 상품 제조금융사 등을 고려해 상품 판매 여부는 물론 판매 채널과 대상 고객군, 고객별 판매 한도까지 이 위원회가 들여다본다. 이곳에서 심의·결정한 내용은 행장과 이사회에 주기적으로 보고한다. 원금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상품을 은행이 팔았다면 경영진과 이사회가 빠짐없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한 것이다. 특히 △원금손실 위험이 20%를 초과하고 파생상품이 내재된 ‘고난도 금융상품’과 △해외대체펀드 △투자등급이 3등급 이상인 상품을 은행이 판매하려면 반드시 상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비예금상품 설명서 예시. /자료=은행연합회비예금상품 설명서 예시. /자료=은행연합회


◇손실위험 명시한 설명서·해피콜·녹취 의무화= 소비자는 이런 상품에 가입할 때 위험 내용을 문답 식으로 설명한 ‘비예금상품설명서’를 추가로 작성해야 한다. 은행은 소비자의 상품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도표와 그래프를 사용해 손실 위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막연하게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 안내하는 게 아니라 손실이 증가하는 상황을 가정해 최대 손실 발생액을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모든 비예금 상품에 가입하면 계약 후 7영업일 안에 은행으로부터 해피콜도 받게 된다. 이때 판매직원으로부터 상품 설명을 제대로 못 들었다고 판단되면 손해배상을 포함한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부적합투자자나 65세 이상 고령자에 한해서만 의무사항이었던 판매과정 녹취는 고난도 상품에 가입하는 모든 소비자 대상으로 확대된다. 은행이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를 통해 고난도 상품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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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직원의 자격도 엄격히 관리한다. 관련 자격증이 없거나 업무숙련도가 떨어지고 민원 발생 건수가 많은 직원은 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또 비예금상품 판매자격을 갖춘 직원은 다른 명찰을 차거나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소비자가 명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불완전 판매했으면 성과급 환수= 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도 개편된다. KPI는 은행이 직원들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만드는 일종의 채점표다. 그동안 KPI가 단기 영업 실적에 치우치다 보니 직원들의 불완전 판매를 방치하거나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앞으로 특정 비예금 상품 판매 실적을 KPI에서 제외하고 고객수익률 등 고객 만족도를 성과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직원의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면 이미 지급한 성과급도 환수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한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앞으로 은행에서 투자상품을 가입하기가 지나치게 까다로워질 것이란 우려도 내놓는다. 이미 대중화된 공모펀드나 상장지수펀드 (ETF) 등도 예외 없이 가이드라인 적용대상에 들어가 판매 전 과정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간접투자를 원하는 은행 소비자의 수요가 오히려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동안 은행에서 펀드 판매가 사실상 어려워져 간접투자 시장도 크게 위축될 것 같다”며 “소비자가 직접투자에 몰리면 그에 따른 위험과 부작용도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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