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로 치솟던 금(金)값이 주춤하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은 화폐(달러) 가치 하락으로 최고가 행진 이어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미국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 등과 함께 나타난 달러 강세로 2개월 만에 약 10%가 미끄러졌다. 하지만 글로벌 IB(투자은행)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 연말에서 내년 초 ‘골드 랠리’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며 현 시점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판단하는 양상이다.
◇두 달 사이 약 10% 떨어진 금값=1일 증권가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0일(현지시간)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4%(7.7달러) 떨어진 1,895.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지난 23일 1,868.40달러(종가)를 기록해 올 7월24일(1,897.5달러) 이후 처음 1,800달러선으로 내려온 바 있다. 29일(1,903.20달러) 일주일 만에 1,900달러 선으로 넘어오며 반등세를 보였지만 하루도 안돼 다시 1,800달러선으로 밀려났다.
◇다시 찾아온 강(强) 달러에 금값 주춤=금은 올 여름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산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막대하게 돈을 풀자 화폐 가치 하락을 우려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금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이에 8월 국제 금값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금값이 내년 3,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까지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달러 선호가 늘어나는 반면 금에 대한 관심은 다소 주춤한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92~93선을 나타내던 달러인덱스는 최근 94선까지 올라왔다. 달러인덱스는 유로화, 스위스프랑 등 주요국 화폐 대비 미화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유럽에서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유로화 가치가 떨어진 반면 달러 ‘몸값’은 높아졌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도 ‘강(强)달러-골드 약세’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증권사들 “금값 더 간다...매수 추천”=전문가들은 금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오히려 금값이 떨어지는 현 시점이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2차 골드 랠리가 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UBS는 금값의 하락은 일시적인 것이라 평가하며 매수의견을 내놨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의 켈빈 테이 지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금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연말에 온스당 약 2,000달러까지 사실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전망도 같은 맥락에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달러화의 기술적 반등과 원자재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만 중장기적 방향을 놓고 본다면 미 대선 앞둔 불확실성 구간은 일시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며 “2021년 달러화는 80포인트 대까지 하락이 가능해 미 대선 앞둔 불확실성은 원자재의 저가 매수의 기회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내년 백신 상용화 이슈와 경기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인플레이션 헤지에 대한 선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금값은 내년 상반기 중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며 12월 전망 상단을 2,200달러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