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매매 48억인데 전세는 10억 비싼 58억…역대급 전세난 어쩌나

수도권 아파트, 매물 급감에 호가 치솟아

헬리오 전셋값 석달세 9억→14억원으로

일부 단지는 아예 매물 실종…단기 진정 어려울 듯

2615A10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 우려가 확산하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기존 시세보다 전세 보증금을 수 억 원씩 높이고 있다. 매물이 절벽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이 같은 ‘배짱 매물’을 어쩔 수 없이 계약해야 하는 세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전세 절벽’에 수억 높인 배짱 매물 속출 =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 임대차 계약은 총 6,212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8월(1만209건)과 비교하면 39.1%(3,997건)나 줄어든 수준이다.


전세 시장에서는 지난 7월 30일 임대차3법이 시행한 이후 매물이 급격히 줄어드는 중이다. 반면 공급이 줄어들면서 전세가는 치솟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매물 자체가 희소해지다보니 일부 집주인들이 ‘계약하면 좋고, 아니면 말라’는 식으로 시세보다 많게는 수 억 원씩 비싼 ‘배짱 매물’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인터넷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전용면적 84㎡ 전세 매물이 전세 보증금 14억원에 올라와 있다. 같은 평형의 전세 물건은 지난 7월 1일 10억3,000만원(30층), 같은 달 28일 9억2,000만원(3층)에 거래된 뒤 전세 거래가 끊인 상황이었다. 고작 3개월여 만에 호가가 5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서울 성동구 신금호파크자이 전용면적 84㎡(6층) 전세 매물은 보증금 12억원에 올라와 있다. 이 아파트에서 지난달 기록한 최고 전세가격은 9억3,000만원이다. 이 가격도 기존 최고 거래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었는데 여기서 무려 2억7,000만원이 더 높아진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타워팰리스2차 전용 244㎡는 딱 한 건 나온 전세매물의 호가가 55~58억원이다. 이 평형은 지난 6월 매매가가 48억원(54층)을 기록했는데, 넉 달 만에 전세 호가가 매매가를 10억원이나 추월한 셈이다.


◇임대차법 후폭풍…“단기 진정 어려워” = 그나마 ‘배짱 매물’이라도 나온 단지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역세권 학군지로 인기가 높은 서울 광진구 광장힐스테이트는 총 453가구 규모 단지에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다. 바로 옆 1,170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광장현대파크빌 10차에는 전세 매물은 전혀 없고 반전세 매물만 5개가 올라와 있다.

관련기사



강남구 대치동의 805가구 규모 역세권 단지인 동부센트레빌에도 전세 매물 건수는 ‘제로(0)’다. 마포구 공덕동의 공덕래미안4차에도 전체 597가구 중 전세 매물은 하나도 올라와있지 않다.

매물이 실종된 상태에서 가을 이사철에 집을 구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기존 시세보다 크게 오른 가격에 전셋집을 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정이 급해 상승분보다 훨씬 비싸게 나온 ‘배짱 매물’을 계약할 경우 이 가격이 새로운 시세가 되면서 전세가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앞 모습 / 연합뉴스지난달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앞 모습 / 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임대차3법 시행 여파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영향으로 전세 가격을 올릴 수 없게 된 집주인들이 직접 입주해 살거나 심지어 ‘빈 집’으로 두는 경향을 보이면서 매물이 대폭 줄고 있다. 여기에 민간 주택임대사업자 폐지로 인해 사업자 물량마저 줄어드는 상황이다. 기존 세입자들도 이사를 가기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면서 전세 거래 자체가 크게 감소한 영향도 작용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3개월 전보다 ‘배짱 매물’이 많아지면서 1억~3억원까지 비싸게 호가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매물을 덜컥 계약하면 전체 호가가 오르는 구조가 되고 있다”며 “전세 매물이 없는 게 문젠데 단기간에 진정되긴 어려워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동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