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받은 뒤 자가격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11월 대선을 코 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큰 악재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금의 휴식도 없이 일해온 힉스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지만 쾌차하길”이라며 “나와 영부인(멜라니아 여사)도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 우리는 자가격리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검사 결과가 이날 밤 늦게 또는 2일 아침에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힉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한 명인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 중 한명으로 꼽히는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힉스 보좌관은 지금까지 발생한 백악관 내 감염자 가운데 최고위 관리로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각별한 신뢰를 받는 최장수 보좌관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6년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대변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문제는 힉스 보좌관이 지난달 29일 대선 TV토론과 다음날 미네소타주 유세를 위해 이동할 때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탑승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힉스 보좌관은 이튿날 후인 미네소타 유세를 다녀올 때도 에어포스원과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인 마린원에 동승했다. 또 힉스 보좌관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제이슨 밀러 홍보보좌관 등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들은 지난달 29일 대선 TV토론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코로나19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악재를 맞았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 CNBC와 체인지리서치가 토론이 열렸던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까지 전국 유권자 925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오차범위 ±3.22%포인트) 결과 응답자의 54%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41%였다. 796명을 대상으로 한 1차 TV토론과 관련한 조사(오차범위 ±3.47%포인트)에서는 53%가 바이든 후보가 더 잘했다고 답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방역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그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저평가하고 마스크 착용을 기피하며 보건보다 경제를 우선순위에 두는 느슨한 방역을 선호해왔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인 지난 5월 경제재개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역정책 실패 때문에 미국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이 됐다고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49만4,671명, 누적 사망자는 21만2,660명으로 전 세계에서 최다로 집계되고 있다.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백악관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공보비서관인 케이티 밀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