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연장을 보니 스태프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무대에 서게 되니 기분은 좋네요.”
지난달 24~26일 서울 노들섬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린 ‘2020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 쇼케이스의 첫 순서를 연 싱어송라이터 황소윤은 첫 곡을 연주한 뒤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여러 공연들이 잇따라 연기 혹은 취소된데 따른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었다. 예술감독을 맡은 가수 윤상의 “취소되지 않고 온라인으로라도 열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발언이 허투가 아니었다.
뮤콘의 가장 핵심 행사인 쇼케이스지만 올해는 온라인으로만 열렸다. 쇼케이스는 국내 뮤지션의 글로벌 음악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뮤콘에서 가장 핵심적인 행사다. 전 세계 음악 관계자들이 공연장을 찾아 직접 무대를 관람한 후 아티스트 측 관계자들을 만나 해외 공연과 음원 발매 등을 협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해외 관계자들이 입국하기 여의치 않았고, 수도권 지역에 발령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한 장소에 50인 이상 모일 수 없게 된 점이 결정적이었다. 콘진원의 한 관계자는 “관객들이 즐기기 좋게 시설이 갖춰져 있었는데 올 수가 없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콘진원 측은 쇼케이스와 더불어 열린 각종 콘퍼런스 등 행사장마다 49명으로 정해진 수용 인원을 넘기지 않으려해 안간힘을 썼다. 행사장마다 인력을 배치해 아티스트와 매니저, 스태프 등이 공연장에 들어갈 때마다 인원수를 확인했다. 49명을 넘기면 공연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QR코드로 인증을 거치지 않으면 행사장 입장조차 통제됐다.
기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현장 취재차 공연장에 입장할 때도 일일이 QR코드 인증을 받아야 했고, 입장 팔찌에는 인증을 받았다는 표시로서 스티커를 하나씩 붙였다. 입장에 앞서 비접촉식 체온 측정기 앞에 서서 발열체크를 한 건 물론이다.
쇼케이스가 열리는 무대를 여러 군데로 분산했던 예년의 뮤콘처럼 올해도 노들섬 일원의 3곳에서 나뉘어 열렸다. 단지 함께 교감할 관객이 없었을 뿐이다. 대신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온라인 중계가 이뤄졌고, 아티스트와 관객 간 교감은 유튜브 실시간 채팅이 대신했다. 공연장에서 관객들의 함성이 있었다면 쇼케이스엔 채팅창의 덧글이 있었다. 아티스트들은 연주 중간 멘트를 할 때 실시간 채팅에 올라온 글을 읽었다. 채팅창에는 “다들 공연장에서 함께 방방 뛰면서 공연 보고 싶다”는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대신 쇼케이스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공연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지 않겠다는 듯 여느 때보다 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밴드 ‘실리카겔’은 “관객과 함께 하면 더 즐거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무대 위에서 최대한의 상태 보여드리려 준비하고 계획했다”고 말했고 밴드 ‘새소년’도 “여기서 흥을 다 내놓고 가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여전히 언택트 공연이 적응되지 않는다는 뮤지션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게라도 공연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상반기부터 공연들이 잇따라 취소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아티스트들은 공통적으로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서 예전처럼 공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밴드 ‘아도이’의 오주환은 “카메라만 있는 곳에서 팬분들 없는 곳에서 노래하는, 온라인으로만 공연하는 게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함성도 없고, 재미가 덜한 게 사실”이라며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비대면, 언택트 공연 말고 대면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