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시행 두 달이 지났지만 이에 따른 임대차 시장의 혼선은 줄어들기는 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세대란’이 현실화하고 있고, 재산권에 위협을 느낀 집주인들은 집단으로 위헌소송을 제기하면서 정부와 맞서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계약갱신 청구가 가능한 기존 세입자와 같은 극히 일부만 혜택을 볼 뿐 대다수가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전셋값 5억 돌파…매물 없어 ‘거래 절벽’
임대차 3법 시행 두 달의 가장 큰 결과물은 ‘전셋값 상승, 매물 품귀’다. 정부의 정책 목표와 반대로 서민의 주거비용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는 것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87% 상승했다. 서울은 1.59%, 수도권은 1.23%로 전국 평균치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의 전셋값은 7월 0.68%, 8월 1.07%, 9월 1.59% 상승으로 상승폭을 계속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은 향후 전세가격을 예상하는 전세가격 전망지수에서도 기준점인 100을 훌쩍 넘는 143을 기록해 전셋값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9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5억 1,707만원으로 8월(5억1,011만원) 5억원을 돌파하고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한강 이북 14개 구도 4억 2,045만원으로 지속 상승하는 모습이다. 오르는 전셋값도 문제지만 매물 품귀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2030 세대가 주로 활용하는 원룸도 피해를 면치 못했다. 임대차 3법 시행 한 달 만에 서울의 전세보증금 1억원 이하 원룸(전용 30㎡ 이하 다가구·다세대 주택) 거래는 21%나 감소했다. 다방에 따르면 8월 전세금 1억원 이하 원룸 거래는 1,131건으로 관련 자료를 집계한 2019년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방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임대시장 불안정성 심화에 따른 결과”라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인한 전세난이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의 경우 가격을 안정시킬 이슈는 적은 데 비해 가격을 상승시킬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3개월 전보다 호가가 1억~3억원까지 치솟았다”며 “전세 매물 부족으로 (전세난이)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위헌소송 속출…계약파기, 뒷돈 등 시장은 ‘대혼란’
시장의 혼선이 이어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재산권에 직접 침해를 맞게 된 집주인들은 헌법 소원에 참여하는 등 집단행동을 시작하고 있다. ‘임대차3법 반대’, ‘부동산악법저지’ 등 온라인커뮤니티 회원들은 최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임대인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에는 2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주도하는 ‘행동하는 자유시민’ 또한 6·17 대책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도 폐지로 수세에 몰린 임대사업자들은 참여정부 시절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집단적인 위헌 소송이 제기될 정도로 시장에서는 임대차 관련 제도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아버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가능한’ 세입자가 낀 거래에서는 매도인·매수인 모두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이다. 각종 임대차 관련 다툼이 쏟아지면서 상담 창구에는 분쟁 관련 민원이 2~3배 급증하고 있다.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이달 18일까지 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관련 상담 문의는 1만4,830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8,614건이었던 데 비해 72.2%나 늘어난 수치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따르면 7월 말부터 8월31일까지 임대차 상담이 5,090건으로 전년 동기간(1,539건) 대비 3.3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설익은 정책 탓이라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예전 같으면 발생하지 않을 분쟁이 계속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며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의 신뢰는 다시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