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용기’ 대명사가 된 ‘락앤락(115390)’이 최근 글로벌 디자인상을 휩쓸고 있어 주목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같은 화려한 조명은 아니어도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락앤락 신제품이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어워드, 미국 IDEA 등 3대 디자인 어워드에 매년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디자인의 중요성에 일찌감치 눈을 뜬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락앤락은 지난 2018년 5월 세계적인 산업 디자인 회사인 ‘데이라이트(Daylight)’에 디자인 컨설팅을 시작했다.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브랜드아이덴티티(BI·Brand Identity), 오프라인 매장인 ‘플레이스엘엘’에 이르기까지 락앤락의 디자인 DNA를 완전히 새로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젊고 세련된 소비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변신에 나선 것인데 이것이 락앤락을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휩쓸게 된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락앤락과 데이라이트가 만든 첫 작품은 2018년 11월 개장한 ‘플레이스엘엘 안산점’이다. ‘사람 중심의 생활 혁신’이라는 모토로 만들어진 매장의 디자인이 변화된 락앤락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김칫국물이 물든 주방용품이 아니라 옷, 주방 가전, 식기, 욕실 용품, 인테리어 소품까지 세련된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이후 플레이스엘엘은 서울 송파점을 포함 국내 8개 지점에다, 지난해 9월에는 태국 방콕에도 문을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선포한 신규 BI ‘LocknLock’에는 락앤락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담겨있다. 이후 ‘소비자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라는 브랜드 방향성을 담아 새 제품을 만들고 기존 제품도 리뉴얼에 나섰다. 데이라이트의 손길을 거쳐 브랜드의 정체성이 디자인으로부터 재탄생한 것이다.
제품으로 가장 큰 인정을 받은 결과물은 바로 ‘메트로 텀블러’다. 데이라이트 수석 디자이너인 패트릭 피터슨(Patrik Petersson)이 직접 제품 디자인에 참여했다. 실용적인 북유럽의 감성에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아떨어지게 만든 텀블러다. 이 제품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어워드, 미국 IDEA를 비롯해 최근 독일 디자인 어워드까지 휩쓸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이 밖에도 쿡웨어 라인인 ‘소마 IH시리즈’는 2020 iF 디자인 어워드를, 프리미엄 쿡웨어 ‘웨이브(Wave)’도 레드닷 제품 부문을 수상하는 등 카테고리 전반에 디자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디자인의 변화는 매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 6월 출시한 ‘진공쌀통’은 지난달 ‘2021 독일 디자인 어워드(German Design Awards 2021)’에서 주방용품 부문 본상(winner)을 수상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쌀독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전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자인만큼이나 판매량도 출시 두 달여 만에 3만 대를 돌파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2020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한 칫솔살균기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위생 이슈로 2·4분기 판매량이 1·4분기보다 두 배 껑충 뛰었다. 비누 모양의 아기자기한 칫솔살균기는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선망하는 현대미술관 모마(MoMA)의 디자인 스토어에 입점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락앤락은 외부 컨설팅에 더해 내부적으로도 디자인 조직을 견고히 하고 있다. 넥슨, SK텔레콤과 SK플래닛 등의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총괄한 디자인 전문가인 정태락 상무를 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정 상무는 “락앤락은 소비자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면서, 일상에 감각을 더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다”며 “기능적 우수함을 기본으로, 락앤락 브랜드의 정체성과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하게 할 디자인을 연구하며 소비자와 보다 적극적으로 교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