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5일 ‘최근 기업 금융지원 정책의 평가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지난 3월 이후 적극적인 기업 금융지원 대책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시장 불안감을 진정시키는데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상반기에 시행된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회사채담보부증권(P-CBO) 발행지원 등은 우량 회사채(AA등급 이상) 시장을 중심으로 개선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7월에는 정부·한국은행·산업은행이 저신용등급(A등급 이하) 시장까지 지원하는 회사채·CP 매입기구(SPV)를 새롭게 설립했다. SPV는 최근 우량 회사채 뿐 아니라 비우량 회사채 수요예측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또 정부는 올해 4월부터 9월 말까지로 예정되어 있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내년 3월 말까지 6개월 연장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당국의 지원 조치에 힘입어 시장도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우량물(AA- 등급)의 경우 6월 초부터 축소되고 있었으며, 비우량물(A+ 등급) 또한 7월말 이후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또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을 나타내는 회사채 순발행(발행액과 만기 상환금액의 차이)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상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대내외 경제여건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8.5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그간의 금융지원에도 불구하고 대출 증가폭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3년(’17~’19년) 간 중소기업 대출은 월평균 3.5조원씩 증가했으나, 올해 7월에는 6.4조, 8월에는 6.1조원만큼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업의 자금수요 또한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다. 8~9월중 정부의 방역조치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영업이 위축되고 자금 사정도 크게 악화했다.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업황BSI는 올해 8월 66으로 나타나, 금융위기(2009년 2월, 43)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지난 5월(49)에 비해서는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장기 평균 수준(2003년 1월 ~ 2019년 12월·79)을 하회하고 있다. 민경희 대한상의 연구위원은 “현재 SPV의 지원실적이 1.3조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9.18일 기준)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