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대출 증가속도 작년의 2배

9월 말 잔액 263.6조로 연초 대비 23.2조↑

'영끌' '빚투'신용대출보다 6조 더 늘어

"내년 3월 이후 부실 한꺼번에 닥칠 우려"

지난달 10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의 모습. /연합뉴스지난달 10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올 들어 자영업자 대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빚으로 버티는 소상공인이 많아지고 당국도 자영업 대출을 장려한 결과다. 지금은 자영업자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지만 정책이 끝나는 내년 3월 이후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이들 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63조5,810억원으로 올해 1월 240조3,789억원에서 23조2,021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분은 12조3,519억원이었지만 올해는 두 배로 뛰었다. 5대 은행의 올해 자영업 대출 증가분은 최근 ‘영끌’ ‘빚투’ 등으로 급증한 신용대출보다 6조원 이상 많은 것이다. 신용대출 잔액은 9월 말 126조3,868억원으로 1월보다 16조7,007억원 불어났다.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정부에서 자영업자 대출 확대 정책을 편 결과다. 정부는 3월 16조4,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1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내놨고 5월부터는 10조원 규모의 2차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또 은행 예대율을 계산할 때 올해 취급한 자영업자 대출에는 가중치를 종전의 100%가 아닌 85%만 적용하기로 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은 가중치가 115%여서 부담스러운 반면 자영업 대출은 85%로 낮아져 자영업 대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자영업자 역시 경기가 풀리기를 기다리며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국내 은행의 자영업 대출 연체율은 0.3%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올랐지만 전년 대비로는 0.05%포인트 내렸다. 당국은 소상공인이 은행에 원금과 이자 상환 유예를 신청하면 최소 6개월 미뤄주는 정책을 올해 9월 말까지 시행했고 추가로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했다. 이로 인해 은행은 대출자에게 이자를 받지 않고 있는데도 정상적으로 이자가 납입되고 있다고 장부에 적고 있어 외견상 연체율은 안정적이다.

문제는 정책이 끝나는 내년 3월 말 이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을 당초 계획했던 대로 9월 말에 종료해 부실 대출은 한 번 털고 넘어갔어야 했다”며 “이들 대출까지 또 상환이 유예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3월 이후 자영업자의 연체와 부도가 한 번에 겹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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