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변제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채무자회생법의 법적 정당성을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하게 됐다. 채무면제 혜택을 보지 못한 개인회생 채무자 197명이 헌법소원심판을 신청해 헌재 전원재판부가 심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 개정 이전에 채무변제계획이 인가돼 최대 60개월 동안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와 법 시행 이후 인가돼 최대 36개월 동안 빚을 갚아도 되는 채무자 간 형평성에 대한 문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인회생을 진행 중인 사람들의 채무변제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헌재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재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부칙 제2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심리 중이다. 채무자회생법은 지난 2017년 12월 개정됐다. 개정안의 골자는 기존 5년의 변제기간 상한을 3년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파산 위기에 몰린 채무자 입장에서는 개인회생 변제만 마치면 채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변제기간 단축은 희소식이다. 그런데 당시 채무자회생법은 개정규정을 개정안 시행일인 2018년 6월13일 이후 신청하는 개인회생 사건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날짜를 기준으로 개인회생이 하루라도 일찍 시작된 채무자들은 기간 단축에 따른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하루 차이로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개인회생자들의 문제의식도 회생 변제기간에 맞춰져 있다. 채무자회생법 부칙 제2조 1항은 개정 시행일인 2018년 6월13일 이전에 3년 이상의 변제계획을 마친 채무자들에 한해 채무가 면책될 수 있다고 규정해놓았는데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들을 대리한 이동규 법무법인 대한중앙 수석변호사는 “개정규정 시행 이전에 변제계획 인가 결정을 받은 채무자들 가운데 3년 미만으로 수행한 경우 개정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면책 결정을 받을 수 없는 만큼 채무자들 간 형평성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며 “헌법상 원칙인 신뢰보호원칙, 평등권 침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채무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회생 시작 시점에 따라 변제기간이 2년 차이 나는 문제점과 관련해 이미 법원 내부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었다. 서울회생법원은 개정안 통과로 신규 신청자들의 변제기간 상한이 3년으로 줄어들자 2018년 1월 업무지침을 통해 개정규정 시행일 이전에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해 이미 인가를 받은 채무자들도 변제계획 변경신청을 하면 36개월 변제만으로 면책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2019년 3월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해당 업무지침을 폐지해 서울회생법원의 면책을 받은 채무자들은 다시 5년의 변제기간을 적용받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헌법소원심판의 특성상 헌재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변호사는 “현시점의 진행상황에 비춰봤을 때 헌재의 최종 결정 예정 시기는 내년 이맘때로 예상된다”며 “이 기간 동안 기존에 진행 중이던 개인회생 변제계획은 중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위헌 결정이 나도 이미 변제금을 전부 납부한 채무자들은 혜택을 볼 수 없다. 이 변호사는 “청구인들의 손해는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까지만이라도 변제금 납입을 중단하는 제도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