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 침해 의혹을 비판하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영국이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불참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일반적으로는 스포츠와 외교, 정치는 분리해야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영국 저명인사의 올림픽 참석도 “매우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며 “앞으로 어떤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검토해보자”고 덧붙였다. 사실상 영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보이콧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올림픽 불참 시사는 영국에게 파격적인 움직임이다. 영국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은 독일 나치 정권하에서 열린 1936년 베를린 하계 올림픽과 소비에트연방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열린 1980년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 때도 올림픽 참가를 강행했다.
영국의 이 같은 행보는 연일 커지고 있는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 침해 의혹 때문이다. 라브 장관은 이날 위구르족에 대한 감금과 차별대우, 인구증가 억제를 위한 불임 강요 등은 영국이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안이 국제 사회를 이끌어가는 일원에게 부여되는 책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가 중국에 분명히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윌리엄 왕세자에게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불참하라고 조언하겠느냐는 말에 “그런 것은 (위구르 인권탄압에 대한) 증거를 검토하고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공조하는 절차를 확대하면서 어떤 추가 결정이 나오든 간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결과”라고 답했다.
국제사회도 함께 중국의 인권 탄압 의혹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영국과 미국, 독일, 일본 등 39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유엔 인권 전문가의 신장(新疆)지역 접근 허용, 위구르족 억류 중단, 홍콩 자치권 보장, 홍콩 사법부 독립 등을 중국에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신장에 위치한 대규모 정치 재교육 캠프에 100만명 이상이 억류돼 있으며,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며 “종교와 신앙,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인권 탄압 의혹을 일축했다. 류샤오밍 영국 주재 중국대사는 일련의 의혹을 “세기의 거짓말들”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했다. 장쥔(張軍) 유엔주재 중국대사 역시 “미국과 영국 등이 중국을 비방하며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과 쿠바, 북한, 러시아,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국가들도 중국의 신장 정책이 테러리즘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