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액은 지난해 동기(24조원)보다 166.6% 급증한 64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인 올 1·4분기(66조8,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자금순환은 일정 기간 발생한 돈의 흐름을 경제주체별로 집계해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이 증가한 것은 여유자금이 늘었다는 의미다.
한은은 정부 예산으로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받은 가계의 소득이 늘었고, 코로나19로 소비는 위축돼 가계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는 늘어난 여유자금을 주식 등 투자 활동에 썼다. 가계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2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0%나 급증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1·4분기(3조2,000억원)에 비해서도 6배 이상 늘었다.
일반 기업을 나타내는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은 29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3,000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4분기 이후 최대다.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의 자금조달이 90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6조6,000억원) 대비 239.8% 증가한 영향이다.
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도 3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000억원)에 비해 대폭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채 순발행(발행-상환)이 확대돼 자금조달 규모가 48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7,000억원)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규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정부는 2·4분기에 세금납부 유예 등으로 수입이 둔화하고, 적극적인 예산 집행으로 이전지출이 늘면서 순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