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 기간에도 국내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열기는 뜨거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매수결제 상위 50개 기업에 몰린 매수자금은 약 9,400억원에 달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등 대선 이슈로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미국 기술주와 공모주·친환경주 비중 늘리기에 집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7일 결제된 해외주식 가운데 국내투자자는 테슬라를 1억8,243만달러 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통상 주식 약정부터 결제, 공시까지 3거래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은 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에서 이달 2일까지 테슬라 한 종목을 2,000억원 넘게 매수한 셈이다. 같은 기간 나스닥 주도주인 애플과 아마존에도 각각 5,169만달러와 4,142만달러가 투입돼 매수결제 금액 기준 2, 4위를 차지했다. 해당 기간 상위 50개 업체에 대한 매수결제액은 8억1,083만달러에 달해 지난주 같은 기간(7억9,081만달러)보다 오히려 늘었다.
해외 기업공개(IPO) 기업의 인기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매수 3위에는 올해 나스닥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가 최근 기술 사기 논란으로 급락한 니콜라(4,657만달러)가 올랐고 비슷한 사태를 겪은 나녹스(2,280만달러)도 7위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투자자들은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팰런티어(2,004만달러)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30일 갓 상장한 팰런티어의 주요 고객은 미국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과 금융사로 앞서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5거래일 만에 주가가 36%나 올랐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공모주 투자에 나서서 화제가 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스노플레이크도 매수 상위권에 들었다.
신재생에너지 등 정책적 수혜가 예상되는 친환경 관련 종목도 눈에 띈다. 글로벌 태양광업체인 SPI에너지에 2,957만달러가 유입됐고 중국의 전기차 기업 니오(1,415만달러), 저스트에너지(867만달러), 전기차배터리 기업 CBAK에너지(441만달러), 스위치백에너지(357만달러) 등에도 투자금이 몰렸다. 기존 ‘바이든 수혜주’로 꼽혔던 친환경주는 유럽 등의 적극적인 친환경정책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 관련 발언에서 친환경정책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흐름이 감지되면서 대선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이 대권과 의회 권력을 장악하면 반독점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지금은 기술주를 추가 매수하기보다 기후변화 대응의 수혜가 예상되는 친환경 관련주 비중을 점차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 해외주식 거래는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미국 시장에 집중됐다. 이날 한국투자증권 역시 자사를 통한 연휴 기간 해외주식 거래금액의 99.4%가 미국주식으로 평일 90.1%보다 집중도가 높았다는 집계 결과를 내놓았다. 요한나 커클런드 슈로더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시장은 선거 전후로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 등 일상 뉴스에 과민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최근 대선 이슈는 단기적 요인에 불과한 만큼 투자자들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