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발표되는 노벨 평화상의 유력 수상자로 국제 비영리단체인 미국의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등 미디어 분야가 거론됐다. 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일본 교도통신은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가 전날 밤 노벨 평화상 수상자와 관련해 미디어 분야가 가장 유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국제 비영리단체인 미국 언론인보호위원회(CPJ)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온 터키 일간 휴리에트의 잔 두다르 전 편집장이 거론됐다. NRK는 툰베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수상 가능성이 낮은 후보라고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NRK 방송이 이전에도 다수의 수상자를 사전에 특종한 실적이 있다”고 전했다.
CPJ는 1981년 미국의 일부 해외특파원들이 전세계 분쟁지역 및 독재국가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언론탄압과 언론인에 대한 폭력 등을 감시하면서 언론자유를 해치는 국가와 단체에 국제적 압력을 행사한다. 지난해 9월 CPJ는 북한을 세계에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다음으로 두 번째로 언론 통제가 심한 나라로 평가하기도 했다. CPJ는 “북한 헌법 제67조는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지만, 북한의 신문, 정기 간행물, 방송 보도 내용은 거의 모두 조선중앙통신(KCNA)에서 나온다”며 “KCNA는 정치 지도자의 발표와 활동에 집중하며, 해외 뉴스 보도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잔 두다르 전 편집장은 지난 2015년 터키 정보기관이 시리아에 무기를 팔아넘긴 혐의가 있다는 보도로 인해 에르도안 대통령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후 2016년 5월 재판에서 터키 이스탄불 소재 법원은 잔 두다르 편집장과 이 신문의 앙카라 지국장 에르뎀 굴 기자에게 각각 5년 10개월, 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밖에 국제언론자유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도 유력 수상 후보라고 다른 외신들은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많다. WHO가 올해의 평화상 후보에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분투 중인 WHO가 평화상의 유력 후보일 것이라는 관측에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특히 사설 베팅업체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서 WHO의 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AFP통신은 7일 “베팅업체들은 WHO를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로 보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툰베리나 언론자유단체들도 강력한 경쟁자로 꼽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WHO의 대처에 다소 미숙함이 있었고, 또 WHO가 중국의 눈치를 과도하게 본다는 비판이 이는 등 부정적인 시선도 상존한다.
이와 관련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연구소 헨리크 우르달 소장은 AFP에 “올해는 선명히 부각된 선두주자가 없는 가운데, 평화상이 언론단체나 현장에서 일하는 기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분쟁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알려 당사자들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외부에 정보를 제공해 다른 나라들이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전문 노르웨이의 역사학자 아슬레 스벤도 RSF를 가장 강력한 평화상 후보로 예상했다.
툰베리는 지난해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작년 100번째 노벨 평화상의 영예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간의 분쟁 해소를 주도한 40대 총리 아비 아머드 알리에게 돌아갔다. 올해 만 17세인 툰베리가 평화상을 탈 경우 2014년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당시 나이와 같아 역대 최연소(공동) 수상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