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사육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재발하면서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48시간 이동중지명령을 내리고 경기도와 강원도의 양돈 재입식(가축을 다시 들임)을 중단하는 등 방역대책을 강화했다. 특히 야생멧돼지를 통한 사육돼지의 감염을 차단하는 등 ASF의 남하를 막기 위해 총력 체제를 재가동하는 양상이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9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용한 광역방제기와 소독차량 등을 총동원해 최근 야생멧돼지 발생 지역 인근 도로·하천·축산시설에 대한 집중소독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ASF가 발생한 강원도 화천군 내 남은 양돈농장 12호에 대해서는 돼지 이동중단, 분뇨 반출금지 및 전용 사료차량 지정·운영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아울러 경기·강원 접경지역의 모든 양돈농장(395호)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매일 전화 예찰을 하기로 했다. 또 이달부터 진행되던 경기·강원의 살처분·수매 양돈농장 261호의 돼지 재입식 절차는 잠정 중단했다.
유력한 감염 경로는 야생멧돼지를 통한 전염 가능성이다. 중수본은 “ASF 발생 농장은 야생멧돼지 양성 개체 발생 지점으로부터 250m 떨어진 곳에 있다”며 “그동안 돼지·분뇨·차량의 이동을 제한하고 농장 초소를 운영하며 집중관리를 했지만 발병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화천에서 사육돼지가 ASF에 감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야생멧돼지의 ASF 발생은 화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야생멧돼지 ASF 발병 758건 중 290건(38.3%)이 화천에서 나왔다.
방역당국은 지난해부터 ASF 발생이 집중된 경기와 강원 북부지역에서 ASF의 남하를 막는 데 총력전을 펼 태세다. ASF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만큼 초기 방역에 실패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ASF 감염원으로 지목된 야생멧돼지가 번식기인 오는 11월이 되면 하루 100㎞ 이상을 이동해 ASF 전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에 환경부는 멧돼지로 인해 바이러스가 확산하지 않도록 개체 수 저감과 울타리 보강 등에 인력과 장비를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민간인 통제구역과 접경지역에 서식하는 멧돼지 포획과 폐사체 수색 등의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ASF 재발로 돼지 재입식이 중단되고 대규모 살처분이 시행될 경우 돼지고깃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식탁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국내 돼지고기 가격까지 오를 경우 서민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13.5%,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7.5% 올랐다. 지난해 국내에서 ASF가 발생했을 당시 전국(제주 제외)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 평균(등외 제외) 경매가격이 한때 전달 대비 22%까지 상승한 바 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