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대주주란 말장난과 정책의 신뢰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전 인사혁신처장

대주주 요건 완화로 과세 대상 급증

매도물량 쏟아져 시장 흔들 우려

사전 검토 안된 정책으로 혼란 야기

국민 믿고 지원하는 시각 전환 필요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 전 인사혁신처장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 전 인사혁신처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에서 크게 두 가지가 변했다. 하나는 부동산 가격 폭등, 또 하나는 20~30대까지 뛰어든 ‘빚투’다.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한다는 지금의 투자 열풍에는 명암이 있다. 대출금 잔액 증가라는 리스크도 있지만 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경제활동과 자본 형성에 대한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빚투’라면 이 또한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 새로 개설된 주식 계좌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넘는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투기’라고 할 수 있을까. 초저금리 시대,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주식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투기적 생각에서 주식투자를 시작했더라도 경험을 통해 점차 투자자적 생각으로 전환해 돈과 자산과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크게 높이고 산업과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대주주에 대한 양도세 과세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보유종목별 시가총액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축소되면서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대주주 요건을 회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10조원 이상 쏟아져 시장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본인과 배우자뿐 아니라 직계 존비속까지 합산하는 가족합산에서 개인별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사전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정책은 혼란만 야기했고 정책의 신뢰성은 하락했다. 애초에 부모·형제가 어떤 주식에 투자했는지를 정책 입안자들은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부인이 하는 일조차 ‘모른다’고 답하는 정치인들이 부지기수인데도 말이다. 양도세 부과체계의 형평성도 충분히 고민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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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종목 중 가장 비싼 LG생활건강은 주당 150만원 수준으로 200주만 가졌어도 ‘대주주’가 된다. 이 회사 발행주식의 0.00128%다. 코스닥에서 가장 비싼 씨젠은 1,200주만 있으면(25만원 기준) 0.00457%를 보유한 대주주가 된다. 대주주라는 말을 쓰는 것도 낯부끄럽다. 우리나라에 대주주가 얼마나 많아질까. 정책 입안자의 레토릭이거나 국민들을 현혹하는 정의가 아닐까.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주도했던 스마트금융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급속히 대중화되고 있다. 비대면 금융이 발달하면서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 송금, 대출 등 거의 모든 업무 처리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금융사 지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프라인 창구에서는 각종 서류 제출과 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존 금융의 관행과 질서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금융정책의 전반적인 프로세스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국민을 의심하고 옥죄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 편의를 도모하는 쪽으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무슨 금융혁신인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금융정책에서 국민을 믿고 국민을 지원해주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에서는 금융혁신을 위한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디지털금융 시대에 걸맞은 규제체제 정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금융혁신을 논의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구시대적 사고에 사로잡혀 ‘대주주(?)’ 과세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혁신과 양도세는 별개의 문제인가. 대주주 양도세 폐지 등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10월2일 종료, 21만6,844명 참여) 대주주라는 말장난이 빚은 양도세 논란에 정부와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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