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타고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찾아온다. 잇따라 관객과 만나는 최정상 아티스트들의 무대에 만추(滿秋)의 감성도 한껏 익어간다.
지난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거장이 선사한 감동의 무대에 관객은 힘찬 박수로 퇴장한 그를 몇 번이고 무대에 불러냈다. 환호에 감격한 거장은 꼭 모은 두 손을 가슴에 얹고 감사의 인사를 연신 건넸다. 이날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투어에 들어간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는 ‘백건우와 슈만’ 공연으로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슈만의 첫 작품 아베크 변주곡으로 시작해 1854년 작곡된 그의 마지막 작품인 유령 변주곡으로 마무리되는 프로그램으로, ‘세 개의 환상 작품집’,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다채로운 작품집 중 다섯개의 소품’, ‘어린이의 정경’ 등을 통해 거장이 파고든 슈만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15일 경기아트센터, 17일 부천시민회관, 11월 6일 강동아트센터에 이어 대구, 광주, 창원, 울산, 안성, 인천, 통영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실내악의 매력에 흠뻑 취할 공연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 5월 연기됐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는 지난 10일 개막해 오는 16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프로그램은 내년으로 미룬 축제의 지난 14년을 기념하고 회상하는 내용으로 재구성됐다. 14일은 2016년 축제였던 ‘프랑스의 향기(PARFUMS de FRANCE)’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고, 15일에는 일신홀에서 ‘봄’을 주제로 한 음악을 통해 덧없이 지나가 버린 2020년 봄을 노래한다. 16일에는 ‘아시아’를 테마로 만났던 2018년 무대를 회고하면서 막을 내린다.
‘From 1800s’를 주제로 한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도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음악과 함께 찾아온다. 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첫 무대에서는 1800년대를 살았던 독일의 작곡가들을 만날 수 있다. ‘라이프치히 음악신보’라는 부제로 베버의 피아노, 플루트, 첼로를 위한 삼중주, 브람스의 현악 육중주 1번, 브루흐의 피아노 삼중주,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가 연주된다. 23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영감(Inspiration)’이라는 부제로 선보일 두 번째 무대에서는 드보르작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삼중주, 수크의 피아노 사중주, 리스트의 피아로 삼중주, 도흐나니의 피아노 오중주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목할 만한 협연 무대도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6일 예술의전당에서 ‘2020 서울시향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으로 정기 공연을 재개한다. 부지휘자 윌슨 응의 지휘로 코다이 ‘갈란타 무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하고, 글라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의 협연자로 에스더 유가 무대에 오른다. 윌슨 응은 이번 무대를 통해 서울시향의 정기 공연에 데뷔한다. 창단 5주년을 맞이하는 트리니티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19일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롯데콘서트홀에서 협연한다. ‘라흐마니노프 VS 차이콥스키’라는 제목의 공연에서 젊은 거장 임동혁의 대표 프로그램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과 트리니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5번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