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은 숙제 [현대차그룹 정의선시대]

정 부회장,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지분 충분치 않아

모비스 모듈·AS부품 인적분할 후 글로비스 흡수안 유력

2년전 개편무산…지주사 전환땐 금융계열사 처리 숙제로

1435A02 현대기아차그룹 주요 기업 지배구조 현황(35판) 수정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순환출자고리로 짜인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차의 해묵은 숙제다.


현대차그룹은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이다. 현재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순환출자 구조를 깨지 못한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구조로 짜인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그룹 지배권의 근간이 되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에 대한 지분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총수로 인정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받지 못한 이유다.

4개의 순환출자 해소가 관건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은 현대차 2.35%,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 현대엔지니어링 11.72%, 이노션 2%, 현대오토에버 19.47% 등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의 지분을 승계하더라도 안정적인 승계가 보장되기는 어렵다. 현대차그룹이 대주주의 적은 지분을 바탕으로 한 순환출자구조로 짜여져 있어 언제든 외부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으며 순환출자로 인해 계열사의 일부 자금이 무수익자산으로 묶여 있어 급변하는 국제경쟁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피해가기 위해서도 지분정리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현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대주주 지분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지난 2017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직후 현대차그룹을 거론하면서 “복잡한 순환출자구조가 커다란 지배구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거리를 해소했지만 현대차그룹은 그대로였다. 현대차그룹도 지금 같은 지배구조를 영원히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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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약점은 그룹의 매출을 견인하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일가의 지분도 적은 것이다. 김 위원장도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외에 없다”고 언급했다.

2018년 지배구조개편안 재조명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지난 2018년 3월 현대차그룹이 발표했던 지배구조개편안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기로 의결하고 현대글로비스에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자 시도했다. 현대모비스에 핵심 사업만을 남긴 뒤 정몽구 회장, 정 수석부회장과 계열사 간 지분 거래를 통해 4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작업이다. 정몽구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 기아차·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하고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는 것이 당시 개편안의 골자였다. 매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매각하는 등 계열사 지분을 적극적으로 처분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처분 과정에서 이들 부자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도 1조~2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재계 관계자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도 지배회사에 대한 대주주의 지배력이 확고해지고 인수합병(M&A) 시 계열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길도 가능한 방안이 당시 개편안의 핵심”이라며 “장기적으로 모비스와 글로비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주주가치가 상승하고 정몽구 회장 부자가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내게 돼 사회적 책임도 다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엘리엇 등 투기자본이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모비스와 글로비스 합병비율이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개편안은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를 각각 인적 분할해 3개 투자 부문을 합병하는 방안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현대차홀딩스에 현물 출자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 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처리 문제가 남아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도 인적 분할 시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을 막는 상법개정안,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상황도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승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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