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새 53명이나 발생해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감염경로는 환자에 의한 전파보다 직원에 의한 전파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이날 오후 비대면 브리핑을 통해 “전날 실시한 해뜨락요양병원 직원과 환자에 대한 코로나19 전수 검사에서 5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부산 487번부터 538번까지로,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2명, 간병인 6명과 환자 42명이다.
확진된 환자 42명 중 1명은 12일 숨졌으며 사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요양병원 첫 확진자인 485번(북구) 확진자가 숨진 환자를 하루 동안 전담 간호한 뒤 증상이 발현됐다고 해서 코로나19로 인해 숨진 게 아닌지 먼저 의심했고 병원 기록에 발열과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있었다고 기록돼 검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확진된 485번 확진자가 해당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로 확인되자 시 보건당국이 실시한 전수검사에서 이날 오전 5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근무자 10명 중에서 2명은 검사 당시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대상자는 직원 99명과 환자 165명 등 278명으로, 나머지 환자 등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시 보건당국은 확진자 모두 부산의료원과 부산대병원 등으로 이송 중이다.
역학조사 결과 485번 확진자는 지난 7일 숨진 환자를 전담 간호했으며 8일 오후 스스로 체온을 측정했을 때 38도가 나왔고 이후 근육통 증상을 느낀 것으로 파악됐다. 9일은 출근하지 않았지만 휴일이라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았고 10일은 의료기관을 찾아 선별 진료를 받았다. 11일은 휴일이라 검사가 진행되지 않아 12일 검사를 받고 확진됐다.
시 보건당국은 요양병원의 감염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간호조무사인 485번 확진자가 요양병원의 첫 확진자이지만 최초 감염원인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3월부터 면회가 금지된 데다가 환자의 경우는 입원하기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입원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원일 가능성이 낮다.
시 관계자는 “지난 3월 이후 면회 금지됐기 때문에 출퇴근 직원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증상 발현일과 동선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감염 고리를 확인할 계획”이라 말했다. 시 보건당국은 요양병원이 있는 만덕동 일대에서 최근 확진자가 23명이 발생한 점에서 지역 감염이 병원으로 전파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시 보건당국은 집단 감염 사례로 볼 때 일정 시간에 걸쳐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일정 시간 전파가 진행됐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환자 절반이 침해 증상이 있기 때문에 인지가 늦었을 것으로 본다”며 “해당 요양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소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 말했다. 시 보건당국은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절반 정도가 인지 능력이 떨어져 마스크 착용이 쉽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해당 요양병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1층에 입원한 환자는 70명, 2층과 3층 입원 환자는 각각 67명, 27명이다. 이 중에서 2층 입원환자 33명과 3층 입원환자 8명이 확진됐다. 또 2층 근무자 10명과, 3층 근무자 1명도 확진됐다. 전날 확진된 간호조무사는 2층에서 근무해 왔다. 485번 확진자인 간호조무사의 감염경로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간호조무사 가족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다.
직원과 환자를 포함한 요양병원 확진자 53명의 연령대는 80대 29명, 70대 10명, 60대 9명, 50대 4명, 40대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중 또는 중증 상태로 진행될 수 있는 70대 이상 고령 확진자가 39명에 달해 시 보건당국은 이들의 치료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해뜨락요양병원은 이날 오전부터 건물을 봉쇄하는 동일 집단 격리(코호트 격리) 조치됐다. 시 관계자는 “잠복기 환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확진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호트 격리 중에도 교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병원 내 감염 관리를 엄격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잠복기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겠다”고 말했다.
2013년 12월 개원해 38개 병실에 179병상 규모로 운영됐다. 의료인 등 직원은 96명이며 입원 환자는 164명이다.
해당 요양병원이 있는 만덕동은 시 보건당국이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조용한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지역으로, 북구 만덕동 일원의 소공원 18개를 모두 폐쇄하고 일반음식점과 휴게 음식점에 대해 방역수칙 준수를 의무화하는 집합 제한 명령이 지난 1일 내려진 곳이다.
이날 해뜨락요양병원 외에도 3명이 추가 확진됐다. 539번(북구)과 540번(부산진구) 확진자는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이며 541번(기타) 확진자는 해외에서 입국한 선원이다. 부산지역 누계 확진자는 541명으로 늘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