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네이버와 CJ 연합군의 공식 등장으로 e커머스 시장은 네이버 1강을 필두로 쿠팡·이베이·11번가 3중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력한 검색 플랫폼을 갖고 있는 네이버를 쿠팡과 비교했을 때 물류 서비스가 유일한 약점으로 꼽혀왔다”면서 “만약 이를 CJ 대한통운을 통해 해결한다면 네이버는 e커머스 업계의 1강 체제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네이버는 후발주자로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e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오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매월 새롭게 생기는 신규 스마트스토어 수는 지난 2018년 월 평균 1만5,000개 수준에서 올해 4월 기준 월 평균 3만5,000개로 급증했다. 또 올해 7월 기준 연 매출 1억원 이상을 달성한 판매자 수도 2만6,000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네이버가 지분 교환을 통해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을 싼 가격에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간 네이버 쇼핑은 쿠팡·롯데 등 기존 e커머스 강자에 비해 물류 시스템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배송 문제를 개별 소상공인들이 부담해왔고 이는 네이버 쇼핑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혀왔다. 정작 마지막 고객 접점의 영역에서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동안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은 CJ대한통운·한진택배·우체국택배 등을 각자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활용해왔다.
또 CJ 대한통운으로서도 36만여개에 달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를 잠재적 고객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하고 있다. 그간 CJ대한통운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곤지암 허브를 구축했지만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자회사를 제외하면 총 4곳밖에 되지 않아 고심이 깊었다.
이날 네이버와 CJ그룹 간 지분교환 소식이 알려졌지만 이미 양사는 손을 잡아왔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의 ‘영업부장’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간 네이버는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 입점한 고객사에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 가입을 권유했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 사이에 풀필먼트 서비스와 관련한 업무협약 등이 전혀 체결돼 있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안한 데는 입점사의 안정적인 물류 시스템 확보가 e커머스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생활공작소·애경 등 굵직한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입점사들이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외에도 다양한 물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3월 풀필먼트 전문 기업인 위킵·두손컴퍼니·신상마켓에 대한 투자를 발표하고 5월 FSS, 8월 신선식품 풀필먼트 기업 ‘아워박스’에 투자했다. 또 지난달에는 패션 풀필먼트 서비스 ‘헬피’를 총괄하는 패션 플랫폼 ‘브랜디’에도 1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물류 사업에 공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