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15일. 전 세계 신문들의 1면에 한 장의 사진이 실렸다. 무인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명왕성을 근접 촬영한 장면이었다. 뉴호라이즌스호가 송신한 사진에는 밝은 하트 모양의 형태가 포착됐다. ‘스푸트니크 평원’이라 이름 붙은 이 지역은 이후 얼음층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명왕성에 하트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명왕성, 그 미지의 세계가 우리 눈앞에 현실로 펼쳐진 순간이었다.
명왕성은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약 1억5,000㎞)보다 40배나 더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이다. 2006년 태양계에서 퇴출되기까지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태양계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크기와 위성 개수, 표면 구성 등 그 무엇도 알려진 게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인류는 1980년대부터 명왕성 탐사를 계획했지만 도달하기까지는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나사 연구진들에 의해 1989년 시작된 명왕성 탐사 임무 제안서는 2001년이 되어서야 최종 승인됐고, 위성은 2002년에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2005년에 완성됐다. 우주로 출발한 것이 2006년이니 제안서가 나온지 17년 만에 명왕성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어렵사리 뉴호라이즌스호를 발사했지만 명왕성 궤도에 도달하기까지는 다시 9년이 걸렸다. 위성의 기획부터 명왕성 근접비행까지 장장 26년의 시간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20~30대에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50~60대 중년이 됐다.
사실 그 전까지 명왕성은 너무 멀리 있는 탓에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명왕성 탐사도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우주선 제작에 착수할 자금 확보를 위해 탐사계획서를 작성했다가 실패한 것만 6번이었고, 수많은 정치적 압박과 거대기업의 방해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수차례였다. 급기야 명왕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으로부터 태양계 행성이라는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행성(矮行星)으로 강등됐다. 그런 행성을 스타의 반열에 올린 것은 명왕성 탐사라는 한 가지 목표에 수십 년간 매달려온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은 우여곡절 속에서 탄생한 명왕성 프로젝트의 이면을 다루고 있다. 명왕성 근접비행에 성공한 과학적 사건뿐만 아니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둘러싼 숱한 권력다툼을 이겨내고 마침내 뉴호라이즌스호를 띄워 올린 2,500명의 과학자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를 통해 꿈을 포기하기를 거부한 이들만이 이뤄낼 수 있는 기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