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최초의 성형수술을 받은 지구인은 ‘월터 여’라는 인물이다.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그는 미사일 공격에 의해 눈꺼풀과 눈 주위 피부를 모두 잃었다. 전쟁에서 돌아온 후 사회로부터의 자발적 격리를 선택했던 월터는 ‘성형수술의 아버지’ 해럴드 길리스를 만나 피부이식 수술을 받고 무너졌던 자존감을 ‘일부나마’ 회복했다. 당대 의료인들은 성형수술을 ‘명예를 재건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이후 수세기가 지나면서 의료의 한 분야로서 성형수술은 얼굴을 완전히 탈바꿈했다. 명예재건에서 시작된 성형서술은 미의 보편화라는 영역으로 확대됐던 것인데 인간세태와 시장 작동원리, 그리고 산업의 면면이 이전과는 다른 세계로 진입한 결과였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오는 2024년 글로벌 미용성형 수술시장은 약 112억4,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흥미로운 점은 동양과 서양 간에는 성형수술 시장의 지향점이 다소 다르다는 사실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지역의 성형수술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서구화된 미를 추종하는 반면 미국, 유럽 등은 중장년을 위주로 젊음을 되찾는 형태, 그러니깐 피부재생을 통해 시간을 되돌리는 식의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다. 4050 중장년 미디어 라이프점프는 국내 주름성형의 권위자 황귀환 비온성형외과 대표원장을 만나 그 속사정을 들어봤다.
-성형외과에도 많은 분야가 있는데 특히 안티에이징에 집중하고 있는데.
“미국 유학 당시 안티에이징 분야에 속칭 눈을 떴다. 당시 한국의 성형 산업은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미용성형이 유행했다. 미국을 포함한 서구의 경우 성형산업이 젊은이보다는 중장년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 등을 감안할 때 안티에이징 시장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티에이징 성형 분야의 퍼스트 무버인 셈인데 당시 주변 의료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지금이야 안티에이징, 특히 안면거상에 관심을 지닌 의사들이 많지 당시만 해도 ‘과연 당신의 예상대로 될까?’하는 의문의 시선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서구 사회의 성형산업 발달단계를 눈으로 확인한 나로서는 이 분야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서구 사회에서 안티에이징 성형시장이 주류가 된 이유는 무엇인지.
“세계대전 이후 상해용사들을 치료했던 것이 성형수술의 시초다. 이후 미용성형으로 주류가 옮겨가긴 했지만 코를 세우고 눈을 크게 만들고 하는 형태가 아닌 젊음을 되찾아주는 형태로 성형수술이 집중됐다. 그것이 안티에이징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을 찾은 서구 출신 성형의료인들은 한국의 성형시장이 젊은 세대 위주로 작동되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예상대로 안티에이징 성형시장은 성장한 것인가.
“많은 경제연구소가 발간하는 자료를 보면 인간의 기대수명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성형에 관심을 갖는 장노년층도 크게 증가했다. 내가 이곳(서울 신사동)에 개원한 것이 2001년이다. 그때만 해도 안티에이징 분야를 다루는 의료인은 극히 드물었다. 지금은 이 분야에 뛰어든 의료인들이 매우 많아졌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진 거지. 최근 5년만 놓고 보면 성형 광고시장에서 안티에이징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게 늘었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던 거다.“
-안티에이징 분야에서도 특히 안면거상술에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피부노화가 진행된다. 꺼짐과 처짐이 피부노화의 증거인데 안면거상은 피부처짐과 꺼짐을 젊었을 때 수준으로 회복시키면서 동안을 되찾아준다.”
-쉽게 말해 피부를 당겨서 탄력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네. 많은 성형수술 중 난이도 측면에서 어느 정도인지.
“안면거상은 특히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수술이다. 최고로 난이도가 높은 것이 양악수술이라고 한다면 그 다음이 안면거상이다. 그만큼 실력 좋은 의사를 만나야 한다.
단순히 얼굴피부를 절개해서 당기는 게 아니라 피부 아래 스마스라는 근막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해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는지가 키포인트다.“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 그만큼 학문적으로, 혹은 기술적 숙련도가 높아야 할 것 같다.
“안티에이징, 특히 안면거상 분야에서 아무래도 가장 오래했으니까. 안면거상술 전에 유행했던 실리프팅을 국내에 도입한 사람이 바로 나다. 2000년부터 글로벌 성형학회에서 안면거상술과 관련한 나만의 주장을 해왔다. SCI급 논문도 여럿 발표했지. 안면거상의 경우 잘못된 수술로 인해 큰 부작용도 얻을 수 있는 만큼 수술집도의의 경력을 세심하게 챙겨볼 필요가 있다.”
-다시 정리하면 안면거상은 피부노화의 대표적 증거인 꺼짐과 처짐 현상을 원 상태로 되돌려 주는 수술법인 것인데 실제 환자들이 느끼는 효과는 어떤가.
“경험적으로 느낀 바로는 수술 후 10년~20년 정도 젊어진 느낌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사람마다 사정이 달라서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대략 그렇다는 것이지.
그에 앞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 모두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젊고, 좀 더 건강하게, 좀 더 아름답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다. 안티에이징은 단순히 동안의 피부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시간을 되돌려주는 일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성형은 나쁜 직업이라고. 왜냐면 젊음과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을 다루니깐. 하지만 관점을 돌려보면 우리는 잃어버렸던 자신감과 바이탈러티(생명력)을 되찾아주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내 직업을 사랑하고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환자들에게 일종의 마인드셋을 강조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닌 그 너머에 있는 행복을 찾는 과정임을 그들에게 인식 시킨다고 할까.
“비슷하다. 성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성형은 매우 변증법적인 학문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면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수술법도 고도화 되듯이 성형수술을 선택하는 분들 역시 당장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기에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일종의 ‘까르페디엠’을 추구한다고 할까.
-갑자기 든 의문인데, 안면거상은 수술을 통해 피부 상태를 과거로 돌려주는 것이고 흔히 성형수술이라고 하면 코를 세우고 눈을 크게 하는 식이잖아. 성형외과 의사 입장에서 볼 때 어느 것이 아름다움을 원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성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전보다 예뻐지는 것. 이건 조화와 균형이 완성되는 것이고. 그 다음이 젊어지는 것이다. 노화의 과정을 복원 시키는 거지. 그래서 두 가지는 다른 거다. 제가 집중하는 안티에이징은 후자, 즉 젊음의 복원이 핵심이다.”
-그러고 보니깐 나이(55세)에 비해 피부가 상당히 좋으신데 따로 관리를 하는 건가.
“(진지하게) 보톡스 맞는다. 신경 써서 피부관리도 받고. 아까 말했듯 피부 처짐과 꺼짐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의 증거다. 그게 싫다면 노력해야지.”
-일상생활에서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맞는 것인지.
“맞는 말이다. 물을 자주 마시면 당연히 피부에 좋고 오메가, 홍삼, 비타민 등과 같은 건강보조식품 섭취도 도움이 된다. 대신 자외선, 흡연은 피부노화의 최대 적이다.”
-인터뷰 전에 안면거상과 관련된 콘텐츠를 찾아봤는데 중장년의 여성만이 아니라 젊은 연령, 남성 등도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을 봤다.
“동안은 모든 인간의 꿈이다. 젊은 연령 중에선 24세까지 치료 해봤다. 체중감량 후 피부처짐이 발생한 분이었다. 과거에는 50~55세 연령의 중년 여성들이 주된 고객층 이었는데 지금은 55~65세 연령들이 많이 찾는다. 아무래도 고령화 영향이겠지.
흥미로운 것은 남성들도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중년 남성 중에서 외모에 높은 관심을 지닌 분들이 많이 늘면서 남성성 회복을 원하는 중년 남성들이 안면거상을 택하고 있다.“
-끝으로 이 수술을 받은 분들의 만족도는 어떤가.
“수술 후 본인보다 어린 사람이 반말해서 기분 좋았다는 둥, 후배들이랑 골프장 갔더니 캐디가 본인을 가장 어리게 봤다는 둥, 즐거운 사례는 많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있는 거니까.
흘러가는 시간이 인생인 것이고 그 사이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다. 저는 노화의 과정을 되돌리는, 매우 진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박해욱 기자 spooky@lifejum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