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짙은 먹구름에 휩싸였다. 인구 대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에서 미국을 제치면서다. 특히 이달 들어 세 번이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선 프랑스는 수도 파리 등 일부 지역에 오후9시 이후 통행금지령을 내리며 방역의 고삐를 다시 강하게 죄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에 따르면 전날 유럽연합(EU)의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인구 100만명 당 152.5명을 기록해 미국(150.1명)을 넘어섰다. 뉴욕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던 올 4월 미국이 인구 대비 확진자 수에서 EU를 추월한 지 6개월 만이다. 인구 대비 사망자 수는 미국이 EU를 인구 100만명당 1.1명 앞서지만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 각국은 초비상이 걸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자국 방송 TF1에 출연해 “행동에 나서야 하는 단계”라며 수도 파리가 포함된 일드프랑스와 마르세유·리옹 등 9개 지역에 오후9시부터 다음날 오전6시까지 통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지역은 코로나19 최고 경계령이 내려진 곳으로, 프랑스 전체 인구의 약 30%가 거주한다. 통행금지령은 최소 4주간 이어지며 심야 근무와 응급 상황 등을 제외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135유로(약 1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프랑스는 오는 17일부터 국가보건 비상사태를 다시 선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운용됐던 방역수칙이 효과를 내지 못하자 꺼내 든 회심의 카드다. 식당과 비필수사업장의 영업제한 조치에도 이날 프랑스의 신규 확진자 수는 2만2,591명을 기록했다. 2만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9일(2만339명)과 10일(2만6,986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북아일랜드는 16일부터 4주간 약식 봉쇄령인 ‘서킷브레이크’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식당의 실내 영업이 제한되며 오후8시 이후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 학교 역시 원래 일주일이었던 중간방학을 2주로 늘려 이달 말까지 폐쇄된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6,286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곳의 인구가 약 188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치명적인 수준이다.
바이러스 활동이 증가하는 겨울이 다가오며 의료진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ECDC에 따르면 이달 초 프랑스와 스페인·영국을 포함한 19개 유럽국가 중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는 지난 4월 정점 때보다 25%가량 늘었다. 특히 프랑스는 전국의 중환자실 중 32%가 코로나19 치료에 이용돼 다른 중증 환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감염병 전문의 톰 윙필드는 “병상 압박이 쌓이는 가운데 긴 겨울을 앞두고 있어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