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정치 논리 앞세운 전작권 전환, 안보공백 초래할 뿐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예정됐던 양국 국방장관의 공동기자회견이 돌연 취소됐다. 회담 후 나온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 숫자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조항까지 빠졌다. 국방부는 미국 탓으로 돌렸지만 전시작전권 전환, 방위비 협상 등에서 양국의 입장차가 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한국으로의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에도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고 명시됐다. 우리는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갖췄다며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이라는 목표 시한에 집착하고 있지만 현실적 여건을 따져봤는지 의문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은 충족되지 않았다.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과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중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게 없다. 게다가 9·19군사합의에 발목이 잡혀 한미 연합훈련마저 축소·폐지되고 있다. 해군의 속초 지역 사격훈련은 2016년 77회에서 올 들어 1회로 쪼그라들었고 한국형 중고도무인정찰기(MUAV) 사업도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가 독자적 대북 감시망을 갖추지 못하면 ‘깜깜이’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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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한미관계는 방위비 문제나 반(反)화웨이 전선 등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전격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 것도 심상치 않은 양국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보 문제에서는 ‘자주’라는 구호를 앞세워 감성에 호소하는 포퓰리즘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 실질적 자주국방 능력을 구축한 뒤 한미동맹의 강화 속에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국방 전략마저 정치논리에 휘둘린다면 심각한 안보 공백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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