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장관님, ‘3무 정권의 3탄, 3불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타가 쏟아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책 실패 지적과 관련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세대란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집값 불안은 지난 정부의 규제 완화 때문이라는 종전 입장을 유지해 빈축을 샀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김 장관에게 “문재인 정부 들어 23번의 부동산 정책을 냈는데 실제로는 무책임·무능·무감각 등 ‘3무 정권’이 세금폭탄·규제폭탄·감시폭탄 등 ‘3탄’의 고통을 주고 국민은 불만·불신·불안 등 ‘3불 시대’를 살게 됐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이날 나훈아의 최신곡 ‘테스형’까지 언급했다. 김 장관이 노래를 못 들어봤다고 하자 테스형 후반부를 들려주며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송 의원은 최근 부동산 현장의 목소리라며 전국 주요 지역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발언도 녹취해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전세 물량과 관련해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했다거나 물량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정부가 20번 넘게 대책을 냈지만 국민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역시 주택가격 상승이 ‘역대급’이라며 질타했다. 이 의원은 “서울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위해 계약을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다수가 계약을 원하자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정한다는 기사를 봤느냐”라며 “강남에 20억원, 비강남에 10억원 전세시대가 열렸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아파트 가격은 신고가를 찍는 곳도 있지만 하락한 곳도 나와 전체적으로 안정 추세”라며 “전세시장은 상승 폭이 줄기는 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전세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일정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전세난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최근 ‘전세 난민’ 위기에 처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연도 국감에서 거론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마포구에 거주하는 A씨가 경기도 소재의 본인 주택을 매도하지 못하고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전셋집에서는 계약 종료 이후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질의했다. 김 장관은 “새집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고 김 의원은 “홍남기 부총리가 현재 처한 상황”이라며 “홍 부총리가 규제 피해를 몸소 체험했으니 만나뵙고 속내를 들어본 다음에 임대차 3법의 대안을 생각해보라”고 주문했다.
주택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서는 외부 요인 탓으로 돌렸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가격 상승과 전세난의 원인이 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유동성 과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정부의 규제 완화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김 의원이 “계속 유동성 문제를 주장하면서 이를 통제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되묻자 김 장관은 “국토부가 유동성에 책임이 있는 부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30대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어려움을 지적하자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급 방안이 나왔기 때문에 저렴하게 주택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현실과 다른 통계수치에 대한 질의도 잇따랐다. 송석준 의원이 “실제 시장 상황과 너무 차이 나는 한국감정원 통계 때문에 국민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정부의 공식 통계인 감정원 통계를 갖고 말씀 드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정부의 감정원 통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만연하다”고 꼬집자 김 장관은 “내년에는 감정원 통계 표본을 45% 증가한 1만3,750가구로 확대해 통계의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답했다. /강동효·진동영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