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펜타곤(PENTAGON)은 더 단단하고 빛나기 위해 오랫동안 연마하고 있는 보석 같다. 데뷔 4년간 발표한 앨범만 해도 무려 열한 장, 쉴 틈 없는 여정이었다. 그토록 달리고 또 달렸지만 아직 1위 트로피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펜타곤이 부족하냐, 그건 또 아니다. 재능에 노력까지 더할 줄 아는, 아직 앞날이 창창한 젊은 아티스트니까.
펜타곤 멤버들은 자신들의 노래를 소개하는 데 막힘없다. 12일 진행된 미니 10집 ‘위드(WE:TH)’를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데이지’를 프로듀싱한 후이와 우석은 곡 작업 과정부터 가사, 제목의 의미까지 모두 명료하게 전달했다. 하나의 앨범을 완성하는 데 하나부터 열까지 손을 뻗친 이의 경험이 이곳 저곳에 녹아든다. 곁에서 곡 작업 과정을 지켜본 다른 멤버들도 비하인드를 살짝 살짝 공개하며 곡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모두 함께 땀 흘려 만든 합동 작품임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펜타곤은 멤버들이 작곡과 작사 프로듀싱까지 하는 ‘자체 제작돌’이라는 수식어에 꼭 맞는 그룹이 됐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데뷔부터 미니 3집까지 다른 작곡가의 도움을 받으며 ‘고릴라’(1집), ‘감이 오지’(2집)의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 ‘예뻐죽겠네’(3집)의 힙합과 락앤롤을 접목한 개성 강한 멜로디로 어필했다. 좋은 곡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표현하며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지만, 자신들만의 색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팬덤 이상, 대중의 시선까지 사로잡기는 아주 조금 모자랐다.
자신들이 직접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미니 4집을 기점으로 펜타곤의 성장은 확연히 눈에 띄기 시작했다. 후이가 Mnet ‘프로듀스101’ 시즌2 프로듀서로서 만든 ‘네버(NEVER)’가 대히트를 치고 난 뒤 생긴 변화였다. ‘데모(DEMO)’ 1, 2시리즈로 이어지는 미니 4집과 5집은 펜타곤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앨범을 채웠다. 4, 5집 타이틀곡 ‘라이크 디스(Like This)’, ‘런어웨이(RUNAWAY)’는 모두 후이가 작곡하고 멤버들이 작사에 참여했다. 자신들의 상황과 각오, 심지어 간절함까지 묻어난 가사에 팬들은 열광했다. 이전 앨범에 비해 한결 자유로워진 모습이었다. 노래는 듣기 편해지고, 무대는 더 능숙해졌다. 주어진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기 모습을 자유롭게 보여줬다. 다만 아쉽게도 이 앨범 또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도기였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장에 꼭 필요한 밑거름이 됐다.
미니 6집에서는 타이틀곡 ‘빛나리’로 자신들의 개성을 톡톡히 보여줬다. 펜타곤 멤버였던 던과 후이가 작사·작곡하고, 유토 우석이 작사에 참여한 ‘빛나리’는 2018년 4월 발표한 후 부족한 인지도로 인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한 달여가 지나 차트인에 성공하는 역주행에 성공했다. 부담 없이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개념인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을 표방한 ‘빛나리’는 재치 있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후렴구,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포인트 안무로 펜타곤의 매력을 한눈에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빛나리’의 역주행 덕분에 라이브 실력과 멤버들의 목소리까지 화제가 되면서 팀도 자연스럽게 주목받았다.
‘빛나리’로 자신들에게 잘 맞는 옷이 무엇인지 찾아낸 펜타곤은 ‘청개구리’(미니 7집)를 통해 다시 호성적을 받은 뒤 조금씩 변주를 주는 방식의 이지 리스닝 스타일을 이어갔다. ‘신토불이’(미니 8집), ‘접근금지’(미니 9집)까지 꾸러기 콘셉트로 친숙하게 접근하는 ‘펜타곤 스타일’을 확립해 갔다. 잠시 스캔들과 멤버 탈퇴 같은 구설수로 주춤했으나, 월드투어를 할 정도로 훌쩍 성장했다.
‘펜타곤 스타일’로 기반을 다진 후 이들은 과감한 콘셉트 변화를 시도했다. 한가지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규 1집에서 선택한 콘셉트는 ‘강렬함’이었다. 다크하고 무게감 있는 타이틀곡 ‘Dr. 베베’에 이어 경연 프로그램 Mnet ‘로드 투 킹덤’에서도 대부분 강렬하고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발표한 ‘데이지’는 이전 곡들에 비해 힘을 빼고 로맨틱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180도 변신해 다양한 장르,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했다.
여느 남자 아이돌 그룹처럼 펜타곤에게도 군 입대로 인한 피할 수 없는 팀 변화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맏형인 진호가 지난 5월 입대했고,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후이가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음악적으로도 큰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아직 눈에 확 띄는 성적은 받지 못해 조바심이 날 수도 있지만, 후이는 모든 멤버들이 프로듀싱 능력을 쌓아왔다며 “펜타곤이 쌓아온 능력치는 대단하다”고 자신했다. 그의 말처럼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은 꼭 보답 받는 시간이 올 거라고 믿는다. 펜타곤처럼 스스로 해내는 그룹은 아주 오래 팬들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