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 2,20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참여하면서 투표 용지가 부족하고 11시간을 대기하는 진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대선 당일 현장 투표를 기피하고 우편 투표에 대한 불신이 사전투표 급증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BBC 방송은 미국의 사전투표에 현재까지 2,2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6년 대선 같은 시기 600만명 참여한 것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조지아에서는 연휴였던 지난 12일 12만6,876명이 투표에 참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우편투표 요건이 까다로운 텍사스에서도 사전투표를 시작한 첫날인 지난 13일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당별 사전투표 참여 비율은 민주당원이 공화당원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민주당원 중에서도 여성과 흑인의 참여 비율이 높았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대선에 반드시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편투표가 조작에 취약하다고 주장하는 공화당원들이 대선 당일 대거 투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투표에 몰리면서 11시간 대기 끝에 투표한 유권자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예상치 못한 사전투표의 열기로 투표용지 부족까지 발생했다.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주 일부 지역과 투표용지 공급 계약을 맺은 한 우편 업체는 사전투표 신청이 쇄도하자 과부하가 걸리면서 제때 발송을 못 하고 있다. 몇몇 지역은 직접 투표용지를 인쇄하거나, 비상 공급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꼽는다. 대선 당일(11월 3일) 사람들이 몰리는 현장 투표를 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우편투표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우편 발송 지연 등 몇 달간 혼란이 이어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작설’을 거듭 제기하자 우편 투표 대신 조기 현장 투표를 택한 유권자가 많아진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한 유권자는 “우편투표 용지를 2주 전에 받았는데 폭탄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아직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며 “내 투표가 과연 투표 집계에 제대로 반영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