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체계가 정착된 미국에서조차 창업자가 여전히 조직을 이끌거나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 많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대기업 중 3분의1이 대주주 경영이다. 미국의 디지털경제를 이끄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은 애플만 빼고 모두 대주주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의 짧은 역사 때문일 수도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성공역량인 민첩성을 확보하고 실행하는 데 오너나 창업주의 과감한 결정과 통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물의를 빚은 오너를 이사회에서 쫓아내기도 하지만 구글의 래리 페이지 같은 오너 경영인을 위해서는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마련해준다.
창업자와 오너의 ‘이로운 독재’가 전문경영인체제 기업보다 더 좋은 재무성과를 낸다는 분석도 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창업주 일가가 최대주주인 전 세계 가족기업 1,000곳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기업은 매출,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성장세, 현금흐름 수익률 등 재무성과 측면에서도 비(非)가족기업에 비해 우위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가족기업은 비가족경영기업 대비 3%가량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측은 “기업의 역사가 길수록 업무 프로세스도 확실히 정립돼 있어 생산공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 대신 전반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