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9일 근거 없는 자치사무 국정감사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있고, 헌법에 따라 선거로 구성되는 지방정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의회가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국회는 ‘국정’ 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권한이 없다”며 “법에도 감사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한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니 법을 지키는 것도 솔선수범해야 하고 스스로 만든 법이니 더 잘 지켜야 한다”며 “권한도 없이 독립된 자치지방정부의 자치사무, 심지어 소속 시군구 단체장의 업무추진비까지 감사자료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시할머니가 며느리 부엌살림 간섭도 모자라 며느리에게 손자며느리 부엌조사까지 요구하는 격”이라며 “분가시켰으면 이제 좀 놓아주면 안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며칠째 경기도 공무원들은 물론 시군 공무원들까지 요구자료 수천건을 준비하느라 잠도 못 자고 있다”며 “질의사항도 일찍 주는 경우가 거의 없고 전날 밤에야 주시거나 심지어 안 주시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답변정리나 예상질의 답변서 만드느라 밤새는 것이 일상이다. 오늘(18일) 밤 날이 새도록 질의답변을 준비해 내일 새벽 6시 30분에 제게 준다고 하니, 저도 내일 새벽에 일어나 답변을 검토하고 감사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모레(20일)는 국토위 국정감사이니 내일 밤도 밤새 전쟁을 해야 할 것”이라며 “관련 공무원이 순직할 만큼 돼지열병으로 지금도 고생하고, 코로나19대응으로 파김치가 되어버린 우리 공무원들이 오늘내일 밤 무슨 일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마치 계곡불법점거처럼 수십년 간 위법임을 알면서도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 감사가 반복되어왔으니, 이 점을 알면서도 유별나 보일까봐 그대로 수용해 왔습니다만, 내년부터는 너무너무 힘들어하는 우리 공무원들 보호도 할 겸, 법과 원칙이 준수되는 원칙적이고 공정한 세상을 위해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자료요구와 질의응답)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국정감사기관인 국회의 ‘자치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한 법적 근거 없는 ‘국정감사’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지 궁금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도 이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은 “경기도처럼 (자료 제출에) 협조가 안 되는 자치단체나 국가기관은 없었다”며 “심지어 행정 책임자가 자료 제출을 막은 정황도 있다”고 추궁했다.
또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행안위에서 국정감사관계법에 의해 고발하고 관련 공직자가 있다면 징계 조치를 해야 한다”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도 “아침에 국감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데…”라며 글을 올린 취지를 묻기도 했다.
이에 이 지사는 “약 2,000건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어제 새벽에 요구한 분도 있다”며 “그럼 공무원들은 밤새워 대기하고 깨워서 대응해야 하는 게 가슴 아파서 오늘 아침에 그런 (페북) 글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조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자료 제출 요구가) 너무 많아서 (공무원들에게 미안해) 면피용으로 올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국회의원이 갑질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다”며 “국감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거듭 추궁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은 이 지사의 페북 글을 지목하며 “(국회의원들을) 졸지에 청계천에서 불법 장사하는 상인들과 등치화했다”며 “헌법과 법률을 부정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을 명확히 해달라. 도지사로서 국감을 안 받겠다는 것은 헌법 개정 문제”라고 따지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