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빌리 빈

1998년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에 취임한 빌리 빈(Billy Beane)은 기존 야구단들과 다른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한다. 선수 명성과 관계없이 통계를 바탕으로 한 ‘세이버메트릭스’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타율이 낮아도 될 성싶거나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싼값에 영입했다. 그가 부임한 후 오클랜드의 성적은 쭉쭉 올라가 2002년에는 메이저리그 최다인 103승의 위업을 달성한다. 발상의 전환으로 이른바 ‘머니볼 혁명’이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1962년 플로리다에서 태어난 빈은 고교 시절에는 야구뿐 아니라 농구와 미식축구 등도 잘하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스탠퍼드대의 미식축구팀 쿼터백 제의를 마다하고 야구를 택한 빈은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뉴욕 메츠의 선택을 받는다. 하지만 여섯 시즌 동안 여러 팀의 백업 외야수를 전전하다가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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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은 은퇴 후 반전의 계기를 맞는다. 오클랜드 스카우트팀에서 일하던 빈은 1998년 40세도 안 돼 전격적으로 단장에 오른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돈이 많지 않았다. 그는 고연봉 선수 대신 과학적 데이터에 따라 능력이 저평가된 유망주들을 영입한다. 그의 혁신적 방식은 이내 효과를 나타냈다. 오클랜드는 2000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02년에는 8월14일부터 무려 20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빈을 비웃던 다른 팀들도 벤치마킹에 나섰고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인 존 헨리는 파격적인 액수로 그를 스카우트하려고 했다. 그의 성공 스토리는 ‘머니볼’이라는 책으로 발간됐고 2011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빈은 축구에도 관심이 많았다. 2017년에는 영국 축구단 반즐리FC를 인수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며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을 ‘나의 아이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빌리 빈이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지난 7월 ‘레드볼’이라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설립한 데 이어 이번에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소유주인 펜웨이스포츠그룹(FSG)의 지분 25%를 인수하고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빈이 자본시장에서도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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