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제재를 집행하는 부서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지난 9월 3일 이란산 석유화학제품 및 석유제품의 선적과 판매에 관여한 11개 단체 ·3명의 개인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 언뜻 먼 중동 열사의 땅에 있는 이란과 미국 간의 문제인 것 같은 이번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우리 기업들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양국 간의 문제만이 아닌, 외국 기업 등을 제재한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즉 이차 제재(Secondary Sanction)이기 때문이다.
이란 제재나 대북 제재 관련해 종종 언론에 등장하는 이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과연 무엇인가? 세컨더리라는 말은 ‘이차적, 부차적’이라는 뜻이니 이는 ‘일차적, 주된’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과연 미국의 경제 제재에 있어서도 일차 제재(Primary Sanction)라는 개념이 존재하는데, 이는 미국 법령에 따른 경제제재이다 보니 미국 기업을 포함한 미국인(US Person)에 적용되는 주된 제재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일차 제재에 대비되는 이차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 법령에 따른 제재이면서도 미국인에게 적용되는 제재가 아닌 외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제재라는 뜻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수도 있겠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규정한 미국 법령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이 아닌 우리나라 기업들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이 제재를 받게 된다는 이러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개념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잘 납득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얼핏 보면 막무가내로 자국법을 외국 기업에 적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컨더리 보이콧이지만,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미국 대외 정책의 중요 목표 중 하나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 등을 목적으로 한 이란 제재 법령들을 위반해, 산유국인 이란의 핵 개발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 이란의 석유, 천연가스 산업 등에 투자, 교역하는 외국 기업들에게 미국 관할권 하에 있는 이들 외국 기업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금융기관을 포함한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미국법을 적용, 집행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이번에 이러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미국한테 당한 외국 기업과 개인들은 홍콩, UAE, 중국 기업 및 중국인 등으로 다양하다. 이는 미국이 여전히 이란 제재에 대한 강력한 집행 의지를 갖고 있으며, 그 대상에는 외국 기업 등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해 주는 예라 하겠다. 따라서, 중동 비즈니스에 관련된 우리 기업들도 관련 제재 내용을 숙지하고, 미국의 활발한 이란 제재 집행에 따라 이렇게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제재 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는 등, 각종 거래에 있어서 대 이란 제재 준수 여부를 더욱 철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