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가 지난 3·4분기 사들인 해외 주식·채권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 기준 외화증권 결제액이 100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학개미’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수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국내투자자가 지난 7~9월 결제한 외화증권이 총 910억6,000만달러(약 103조원)를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758억6,000만달러(약 86조원)를 기록했던 지난 분기에 비해 20% 증가한 수치다.
지난 1·4분기와 지난 2·4분기에 외화증권 결제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증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탁원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채권 매수·매도액을 합쳐 외화증권 결제액으로 산출하고 있다.
외화증권 결제금액이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는 것은 ‘서학개미’ 등으로 대표되는 해외주식 투자 열풍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해외 주식 매수·매도를 뜻하는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620억2,000만달러(약 70조2,740억원)로 전 분기(434억6,000만달러)보다도 42.7% 늘어났다. 예탁원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등의 해외주식 매수 열풍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 중에선 미국 주식이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4분기 미국 주식 거래액은 총 554억5,000만달러(약 62조8,100억원)에 달해 전 분기(394억2,000만달러)보다 40.6% 늘었다. 미국 주식 결제금액이 전체 해외주식 결제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4%에 달했다. 홍콩·중국 주식 거래액은 총 54억달러(약 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전 분기보다 결제금액이 약 2.1배 늘었다. 다만 일본·유럽연합 주식은 각각 결제금액이 25.2%, 50%씩 감소했다.
외화주식 중에선 테슬라 매수·매도 결제금액이 지난 7~9월 사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테슬라의 결제금액은 총 105억달러(약 11조9,000억원)로 직전 분기보다 315%나 늘었다. 애플(49억8,300만달러), 아마존(27억8,500만달러), 엔비디아(21억5,20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6억9,900만달러) 등 초대형 기술주가 가장 많이 거래됐다.
해외주식 거래가 늘면서 국내에서 보관·관리하는 해외주식 수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9월말 기준 예탁원의 외화증권 관리금액은 602억2,000만달러(약 68조2,000억원)로 전 분기보다 20.8% 늘었다. 외화주식 관리금액이 지난 2·4분기보다 46.7%나 늘어난 333억8,000만달러(약 37조8,000억원)로 증가한 것이 그 이유로 꼽힌다.
반면 외국 채권 거래 금액은 전분기보다 10.3% 줄어든 290억4,000만달러(약 32조9,000억원)를 기록해 주식보다 부진했다. 외화채권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시장에서 발행된 채권의 결제금액은 전 분기보다 7.8% 줄어든 242억4,000만달러(약 27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외화채권 관리금액은 268억4,000만달러(약 30조4,000억원)로 3개월 전인 지난 6월 말(271억달러)과 큰 차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