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서울은 한양 또는 한성이라고 부르던 옛 서울과 전혀 모습이 다릅니다. 강·하천·산·계곡이 모두 달라졌고, 사람이 손대지 못하는 부분만 옛 모습이 남았을 뿐입니다. 눈부신 발전과 개발이 있었지만, 그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좀 더 일찍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알았더라면 하는 탄식을 하게 되지만, 이제는 앞날의 교훈으로 삼을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처럼 좋은 책을 한 권 읽었다”면서 미술사학자 최열의 ‘옛 그림으로 본 서울’(혜화1117 펴냄)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부제가 ‘서울을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인데, 저자가 알고 있는 옛 서울 그림은 거의 다 담겼다는 자부심이 배어 있다”면서 “실제로 125점의 조선시대 그림이 최고의 해설과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저자로서도, 출판사로서도 역작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평소 역사와 미술사 등 인문학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고 해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문 대통령은 “서울의 옛 모습은 그림으로밖에 볼 수 없다. 다행히 조선 중기부터 발전한 실경 산수 또는 진경 산수화에 단편 단편 옛 모습이 남아있다”라며 “저자는 위치가 확인되는 ‘거의 모든’ 그림을 화가와 그림의 내력까지 충실한 해석과 함께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해설과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오늘날의 모습과 비교해보노라면 읽고 보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면서 “조선시대 서울을 그린 진경 산수화와 화가에 대한 사전과 같은 자료로서도 가치가 크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출간된 최열의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은 일본 개인이 소장한 16세기 작자 미상의 ‘한강에서 도성을 보다’를 시작으로 19세기 화가 심전 안중식에 이르기까지 화가 41명이 그린 125점의 서울 그림을 망라한 책이다. 출간 당시 저자는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매체는 그림과 사진, 두 가지인데 20세기의 기억인 사진은 침략자의 시선, 수탈의 현장으로 가득한 비극이었다”면서 “반면 조선시대 회화사를 살펴 한양을 그린 옛 그림을 차례대로 만나면서 그제야 환희를 맛보고 실로 감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책을 위한 연구와 집필에만 20년을 쏟아 부었다. 책은 선비의 눈길을 황홀경으로 이끈 삼각산, 다섯 명이나 되는 화가들이 앞다퉈 그린 명승지 백악, 겸재의 그림을 따라가 만나는 경복궁과 숭례문 등 도시 곳곳을 걸었고, 광나루·흑석나루·노량진을 거쳐 행주산성까지 그림으로 한강을 훑었다. 왕조의 심장부였던 창덕궁, 사연 많은 혜화문, 푸르른 남산과 용산나루 부근의 굴곡진 역사를 되새겼으며 각 그림에 ‘조선왕조실록’ ‘동국여지승람’ ‘연려실기술’ ‘한경지략’ ‘택리지’ 등 관련 문헌의 기록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