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춥니다. 기존에는 주식 보유액을 계산할 때 가족의 보유분까지 합산하기로 했으나 투자자들과 정치권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는 인별 계산으로 한 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큽니다.
지난 22~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여야 의원들의 난타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존 수정안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정부가 대주주 기준 3억원을 고수하는 세 가지 논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① 시행령은 3년 전 이미 개정 = 정부가 2017년 법령 개정을 통해 대주주 기준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입니다. 당시 정부는 상장사 대주주 기준을 기존 25억원에서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매년 낮추도록 했습니다. 기존 계획을 번복하면 과세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고 정책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기준을 바꿔 달라’는 게 대다수 투자자들의 입장입니다. 올 초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유입되면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②대주주는 전체 투자자의 1.5% 불과 = 홍 부총리는 여기에도 다소간의 오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 중 실제 ‘대주주’가 되면서 내년부터 세금 부담을 떠안을 투자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홍 부총리는 22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봤는데 많이 모르고 계시는 부분이 있다”며 “3억원은 전체 종목 보유 기준이 아니라 한 종목 보유 기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러 종목을 합해서 3억원을 보유했을 경우가 아니라 한 종목을 3억원 이상을 보유했을 때 과세 대상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기존 가족 합산 대신 개인별로 기준을 완화한 것 역시 전체적인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부는 가족 합산 규정을 개인별로 전환해 대주주 기준이 사실상 6~7억원 수준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 부총리는 “주식 한 종목당 3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1.5%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③지난 연말 오히려 주가 올라 =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점은 주가 폭락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대주주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대주주들의 연말 매도 폭탄이 증시를 휘청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향하면 한 차례 패닉장이 올 것”이라며 “쏟아지는 매물로 인한 주가 하락 피해로부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정부는 데이터로 이를 반박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지난해 사례를 보면 4조원 가량의 주식 매도가 있었지만 주가는 오히려 전년대비 5.3% 올랐다”며 “(주가 상승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대주주 기준 강화의 영향은) 제한적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대주주 기준 완화를 둘러싼 공방은 오는 11월 열리는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원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회 기재위 간사인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부터 (금융투자 소득으로 전면 과세하는 정책이 생겼기 때문에 2년 동안 혼란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논의할 때 정부도 머리를 맞대겠다”고 답했습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