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골판지 박스업체들이 골판지 원단 가격의 급등으로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며 골판지 대기업의 고통 분담을 호소하고 나섰다. 골판지 제지·원단·박스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갖춘 대양제지, 태림페이퍼 등이 원단 가격부터 올리면서 골판지로 박스를 만드는 직원 20인 이하의 영세 골판지 박스 업체들이 경영난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골판지 박스 업계에 따르면 영세 박스 업체들이 대양제지 화재에 따른 골판지 원단 가격 인상에 신음하고 있다. 실제 태림페이퍼가 지난 16일부터, 아진피앤피는 19일부터 골판지 톤당 가격을 25%가량 전격 인상했다. 영세 박스 업체들은 골판지 가격을 올린 기업들의 경우 원단부터 박스까지 수직계열화를 갖춰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태림페이퍼만 해도 원단은 물론 골판지로 직접 박스도 만들어 납품한다. 그런데 이들 기업이 원단 가격은 올리면서도 최종 박스 가격은 인상하지 않음으로써 영세박스 업체의 거래처마저 뺏고 있다는 것이 영세 업체들의 주장이다. 강성근 한국박스산업조합 전무는 “갑작스럽게 통보된 25% 수준의 원단 가격 인상은 과도하다”며 “업계 최하위에 있는 박스제조업계의 경우 최종적으로 50% 수준의 가격 인상을 떠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2,000여 영세 박스제조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업계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세 업체들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박스업계가 공분하는 것은 골판지 대기업이 가격 인상 전 골판지 원단의 수출을 자제하는 등 연관 업계와의 상생을 위한 소통을 외면하면서 이참에 시장 점유율만 늘리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영세 업체 입장에서는 택배회사에 납품 단가를 올리면 거래처를 잃고, 납품가를 동결하면 경영난이 불가피하다”며 “이래저래 영세 박스 업체들은 치솟은 원가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