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50년 넘은 부산 고깃집 상호 서울서 사용…법원 "부정경쟁행위"

부산 고깃집 측 "트레이드 드레스" 주장

소송 냈지만 1심 법원, 받아들이지 않아

2심 법원은 "무단으로 타인의 성과 사용"

서울법원종합청사의 모습. /연합뉴스서울법원종합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장기간 영업해온 식당의 상호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정경쟁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김형두·박원철·윤주탁 부장판사)는 부산에서 유명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가 서울에서 같은 상호의 식당을 운영하는 B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부산 해운대구에서 55년 이상 소갈비구이 식당을 운영해오며 인지도를 쌓았다. 한편 B씨는 2019년 3월부터 서울에서 같은 명칭의 식당을 열었다. 두 식당은 상호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불판과 곁들임 메뉴 등에서도 유사한 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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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A씨는 B씨의 식당이 자신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A씨는 법정에서 “식당의 상호와 서비스 방식 등 종합적 외관이 ‘트레이드 드레스’(상품의 외관이나 상품으로부터 느끼는 포괄적이고 시각적인 인식)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식당 상호 등이 장기간 축적된 명성·신용·고객흡인력·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보장된 것으로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식당과 같은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타인의 성과 등을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양 식당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어 피고 식당이 원고 식당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A씨 식당의 종합적 외관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한 1심과 달리 “서울에서 주지성을 취득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영업표지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서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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