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의 폐 조직인 폐포(허파꽈리)를 감염시키는 데 6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2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주영석(사진) 교수 연구팀이 인간의 허파꽈리 세포를 실험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3차원(3D) 허파꽈리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의 폐 세포를 파괴하는 과정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주현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 최병선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 과장,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 김영태 서울대병원 교수, KAIST 교원창업기업 지놈인사이트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사람의 허파꽈리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장기간(6개월 이상) 배양해 3D 인체 폐 배양 모델을 최초로 개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생쥐 모델에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 바이러스다. 이로 인해 실험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폐 조직 3D 모델도 없어 감염 연구에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 연구진의 성과로 이를 극복하게 된 것이다. 실험 결과 3D 허파꽈리는 급속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으로 인해 6시간 안에 세포 감염이 끝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대응해 폐 세포가 선천적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데는 사흘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주 교수는 “바이러스 돌연변이 추적을 통해 하나의 폐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는 한 개의 바이러스 입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3D 인체 폐 배양 모델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기전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한 뒤 폐 세포의 기능적 변화를 면역 형광염색, 전사체 분석 등을 통해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스템 셀’의 지난 2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주 교수는 “동물이나 다른 장기에서 유래한 세포가 아닌 사람의 폐 세포를 직접적으로 코로나19 연구에 적용해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