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7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30여 분 동안 조문했다. 박 장관은 국회의원 때 재벌개혁 입법에 앞장서 삼성을 비판하며 이른바 ‘삼성 저격수’로 불리기도 했다.
박 장관은 조문 후 만난 취재진에게 “마침표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한번쯤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며 “이건희 회장님의 마침표는 반도체에 대한 진한 애착이 만든 글로벌 기업 삼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0여 년 전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반도체로 선택한 통찰력이 오늘날의 글로벌 삼성을 만들었다”며 “그 통찰력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벌개혁은 잊히면 안 되는 화두”라며 “재벌개혁이 삼성의 경쟁력,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하는 데 앞으로도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시절 ‘삼성저격수’로 불렸던 박 장관은 지난 25일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MBC 경제부 기자로 일할 당시 이 회장과 겪은 일화를 소개하며 이 회장을 추모했다. 그는 1980년대 말 한 여름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세미나에서 이 회장이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강의 겸 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대학생이던 이재용 부회장이 뒷자리에 함께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게토레이 한잔을 물컵에 따라놓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반도체’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난 지금 반도체에 미쳐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회장이 일본 유학 시절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여러 번 봤다는 일본영화 ‘천칭’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선대 이병철 회장이 강력히 추천해서 여러 번 봤다고 말했던 것이 오래 기억이 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후 천칭을 수소문해서 나도 봤다”며 일본의 한 마을에 자리한 솥뚜껑 판매회사의 후계자 양성 이야기를 담은 영화 줄거리를 소개했다.
박 장관은 “진정으로 내가 파는 물건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진심이 전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