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종로 지역구의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 황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정치 1번지’ 종로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소위 ‘미니 대선’을 치렀다. 지역구 선거에서 패배한 뒤에도 종로 활동을 이어가던 황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후 첫 당무감사가 시작되자 지역 조직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황 전 대표가 종로 조직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황 전 대표는 지난 4·15 총선에 종로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지만, 이후에도 이 지역 조직위원장이었다. 종로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출마한 바 있다.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지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박진 의원이 당선된 뒤 19대·20대(정세균 총리)에 밀려 종로구를 선거구를 민주당에 내줬다.
황 대표가 이번 총선에 출마할 당시 당내에서 8년 간 민주당이 자리한 탓에 “지역 조직의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만류도 있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출마를 결정했고 결국 이 대표에게 패배했다.
다만 총선 참패 후 대표로서는 사퇴했지만, 지역구인 종로구는 놓지 않았다. 종로구에서 사실상 당협위원장의 위치인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지역에서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15일 당이 당무감사에 들어가자 돌연 종로구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당무감사에 표적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총선에서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 지도부가 ‘강경보수’ 세력을 안으면서 중도층의 외면을 받아 큰 패배를 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당무감사에서 지난 총선을 이끈 전 지도부를 겨냥할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해서 나왔다. 특히 국민의힘은 황 대표와 전 원내대표인 나경원 전 의원이 있는 서울지역 당무감사를 우선해서 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가 사퇴하면서 나 전 의원과 막말 논란을 빚은 민경욱 전 의원, 김진태 전 의원 등도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당협위원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벌써 당내에선 당무감사를 둔 불만이 표출된 상태다. 장제원 의원이 이달 “지역 소대장인 당협위원장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부터 배워야 지도부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황 전 대표의 사퇴와 당무감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황교안 전 대표님은 4·15 총선에서 패배하고 나서 ‘모든’ 당직에서 사퇴한다고 하셨고, 이에 따라 그때 (사실상) 조직위원장도 사퇴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조직위원작직 사퇴를 정계복귀를 위한 준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낙연 대표가 대선에 나서면 종로구는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 대표가 내년 지역구 선거가 아닌 바로 차기 대선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이다. 최근 황 대표는 당내 의원들과 식사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