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감사에 돌입한 국민의힘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전직 당 지도부에 대한 면접을 끝낸 것으로 파악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선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패배한 전국 140여 개의 지역구 가운데 전 지도부 인사를 최우선으로 당무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로 정치권이 시끄러운 와중에 국민의힘이 당 내부적으로는 조용한 물갈이를 진행 중인데, 11월 최종 당무감사 결과가 나오면 내홍이 불거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일 “지난 15일 시작된 당무감사 첫날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한 면접이 진행됐고 황교안 전 대표도 이미 (감사를) 받았다”면서 “당무감사 일정이 서울지역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전직 지도부도 감사를 일찍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당을 이끈 이후 국민의힘은 당명과 정강정책, 당색은 물론 당사까지 마련하며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당명에는 ‘자유’, ‘보수’와 같은 이념적 색을 띈 단어를 배제했고 정강정책에도 ‘약자와의 동행’, ‘지역주의 배제’ 등을 담았다. 이 때문에 당무감사는 바뀐 당과 맞지 않는 인물은 배제하고 새 인물을 발탁할 것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그런데 15일에서 30일까지 일정이 잡힌 전국 당무감사에서 전직 지도부인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의 면접을 서둘러 본 것이다. 국민의힘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총선에서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 지도부가 ‘강경보수’ 세력을 안으면서 중도층의 외면을 받아 큰 패배를 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당무감사에서 지난 총선을 이끈 전 지도부를 겨냥할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해서 나왔다.
당협위원장은 선거구별로 구성된 당원협의회 책임자로 기초·광역선거 후보자 추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만약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가 당협위원장에서 탈락하면 2022년 전국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후보를 추천할 힘을 상실한다. 이와 함께 2024년 차기 총선 출마도 어려워진다.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3법(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막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사태를 빚으며 재판 을 받고 있다. 여기에 1조 원대의 금융사기를 벌인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편지에서 황 전 대표의 측근에게 로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한 상태다. 또 나 전 원내대표는 자녀의 교육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들도 결국 당협위원장을 선출하는데 (정치적으로) 고려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11월 중순께 당무감사 결과가 나오면 국민의힘이 내홍에 휩싸일 것이라는 관측도 팽배하다. 이번 당무감사는 현역이 아닌 총선 패배로 원외 당협위원장거나 공석인 14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현역은 그대로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한다.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현역의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당무감사에 앞서 중진 장제원 의원은 “지역 소대장인 당협위원장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부터 배워야 지도부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