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선산에 마련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장지에서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장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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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선영으로 들어서는 故이건희 회장 운구차 행렬 |
수원 선영으로 들어서는 故이건희 회장 운구차 행렬 |
지난 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마지막으로 리움미술관과 자택을 둘러보았다. 유족과 고위임원 등 영결식에 참석한 이들은 6년 5개월에 걸친 오랜 투병생활로 병실 밖으로 이동하기 어려웠을 이건희 회장과 함께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다.
28일 오전 8시55분 고 이건희 회장의 시신을 안치한 운구차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암병원, 본관 등을 지나 병원 밖을 향했다. 운구차 행렬은 맨 앞에 세단이 방향을 안내하고 시신을 운구한 리무진, 대형버스, 유족과 고위임원 등이 탄 카운티버스, 승합차 등 총 5대로 이뤄졌다. 차량들은 일렬로 줄을 서 비상등을 켠 채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이후 동부간선도로와 올림픽대로를 지나 한남대교로 강을 건넌 운구차는 한남동 삼성리움미술관을 지나 자택으로 향했다. 삼성리움미술관에서는 10km/h로 속도를 좀 더 줄였고, 직원들이 나와 운구차량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자택을 지나온 운구차량은 제일기획 이태원 사옥을 거쳐 강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을 빠져나가 경기도 기흥 사업장을 향했다. 기흥 사업장은 이건희 회장이 1984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 VLSI공장 준공식을 시작으로 4번의 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애착이 깊던 곳이다. 이후 이건희 회장은 수원에 있는 가족 선영에 묻힐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7시 20분부터 이건희 회장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경제연구소 회장의 약력보고를 시작으로 고인의 고교 동창이자 50년지기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의 추도사,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생전 활약상과 지인들 인터뷰 등을 담은 추모영상 상영 순으로 진행됐다.
마지막으로는 유족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의 헌화로 끝이 났다. 이수빈 회장은 약력보고를 하면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여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는 목이 메여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규 회장은 위대한 기업가로 성장하기 이전, 어린 시절 이건희 회장의 비범함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몰두하는 모습과 반도체 산업 진출을 아버지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에게 진언한 일화를 회고했다. 특히 김필규 회장은 고교 은사인 한우택 선생이 이건희 회장이 도쿄에서 유학했던 시절 거주했던 2층 방에 가득했던 전축과 라디오, TV를 모두 분해해 재조립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는 경험담도 전달했다.
김필규 회장은 “‘승어부’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며 고인을 기렸다. 이어 그는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었듯이 이건희 회장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유족들은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에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인 이부진 사장 등은 헌화하며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인사들도 영결식에 참여했다.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 등이 참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도 영결식을 함께 했다.